‘고용쇼크’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늦춰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오는 9일 열리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되고 있다. 연준이 금리 인상을 미룬다는 것은 곧 한국이 금리 인하에 나설 시간적 여유를 벌었다는 의미가 된다.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재정확대 없이 금리만 내려봐야 경기부양의 효과가 적어 실탄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게 한은 내부의 분위기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경기부양책을 동원하면서 한은에 금리 인하를 압박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엔 한은이 오히려 정부에 재정과 통화정책의 공조, 즉 ‘정책조합(Policy Mix)’의 중요성을 외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구조조정 등으로 하반기 경기도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은도 6월을 그냥 넘기더라도 7월에는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6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우리 경제는 설비투자(-7.4%), 민간소비(-0.2%), 수출(-1.1%)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경기의 3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수출·소비·투자가 모두 전기 대비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1·4분기 이후 처음이다. 경기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이주열 한은 총재는 4월부터 금리 인하 가능성을 비쳐왔다. 4월에는 “금리 인하 여지 있다”고 말했고 지난달에는 “구조조정 파급효과를 금리 결정 때 고려하겠다”며 금리 인하 쪽으로 한발 더 나아갔다.
금통위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했던 5월 금통위에서 한 금통위원은 “조속한 기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며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유입세를 이어가고 있는 점도 금리 여력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 6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오고 7월에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은은 7월에 ‘수정경제전망’을 내놓는다. 한은은 4월에 올 성장률을 2.8%로 전망했는데 7월 전망에서는 이보다 낮아질 공산이 크다.
한은이 금리 인하 카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설 때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 당장 미국의 6월 인상은 물 건너간 듯하지만 점진적인 금리 인상 추세는 변함이 없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국내 시장에서 해외 자본의 유출 우려가 커지기 때문에 금리 인하가 사실상 어려워진다. 이와 함께 경기부양 효과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에 대해 “효과는 불분명한 반면 부작용만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통화 정책만으로는 균형된 성장을 달성할 수 없다. 재정과 구조조정이 병행돼야 한다”이라고 강조해왔다. 결국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병행하지 않으면 금리 인하 효과가 별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추경 편성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이다. 20대 국회 구성 등 물리적 시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데다 야당 주도의 추경 편성에 대한 부담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 논할 단계 아니다”와 “필요하면 검토하겠다”는 발언 사이를 오락가락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그늘이 깊어질수록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요부족으로 산업생산 활동이 위축되면서 경제 전반이 과잉공급능력이 심화하는 장기 불황 국면”이라며 “금리 인하 및 추경 편성의 정책조합과 같은 적극적인 총수요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연선·김상훈기자 bluedas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