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5일(이하 현지시간)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진행된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과의 회담에서 지난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했던 닐 암스트롱의 “개인으로서는 하나의 작은 발자국이지만 인류를 위한 위대한 발자국이다”라는 말을 인용했다. 윤 장관은 이날 회담 후 외교부 공동취재단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외교장관 회담)이 하나의 이정표가 돼 양국이 도움이 되는 결과물이 나올 때 이번 방문이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는 차원에서 그런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회담 내용을 소개했다.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으로서는 처음인 이번 쿠바 방문이 양국 수교의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의미다.
윤 장관은 이와 함께 쿠바 독립 영웅 호세 마르티의 ‘모든 것이 아름답고 영원하도다’라는 시구를 인용해 어제 회의장을 거쳐 호텔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느낀 쿠바의 아늑하고 포근한 정경이 인상 깊었다는 소감을 전했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회담에 배석한 외교부 관계자는 “쿠바 측이 매우 좋아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회담은 30분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75분 동안 진행됐다. 이 관계자는 “진지하고 허심탄회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 측은 하고 싶은 말을 다했고 쿠바 측도 진지하게 듣고 말했다”며 “대화 주제는 양자 및 글로벌 협력, 인사 교류 문제를 포함한 상호 관심사였다”고 설명했다.
당초 쿠바 정부는 이번 외교장관 회담의 언론 공개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결국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받아들여 공개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바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를 의식하고 있지만 한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쿠바는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의 심각한 문제로 꼽히는 해안선 침식을 비롯, 관광인프라 개발 사업 등에 대해 우리 정부와의 협력에 기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날 윤 장관이 참석한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에서도 의장국인 쿠바 측의 배려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담은 윤 장관의 발언문이 회원국들에 회람됐다. 우리나라가 ACS 정식회원국이 아닌 참관국(옵저버)으로 공식발언권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예외적인 조치라는 게 외교부의 평가다. /아바나=외교부공동취재단·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