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규’의 하루는 15초다. 눈 깜빡할 새 가버리는 시간이지만 그 하루 안에서도 매일 다른 사연들이 펼쳐진다. 감기도 걸리고, 살도 찌고, 웃고 울고…작가 심래정이 손으로 그린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윤규’는 전시기간에 해당하는 50여 일만 사는 시한부 가상인물이다.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 들어서면 쳇바퀴 돌듯 ‘15초짜리 매일’을 살아가는 윤규를 만날 수 있다. 그는 깨어있는 동안 정신없이 살고 하룻밤 자고 나면 1년 이상 빠르게 늙는다. 전시 개막 때만 해도 17세 풋풋했던 얼굴이지만 폐막 즈음해 80세로 늙어 세상을 떠난다. 작품 속 남의 이야기와 내 삶이 문득 겹쳐 보이게 만드는 ‘윤규’는 늙음의 의미, 세월의 속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윤규의 다른 얼굴을 보고 싶다면 ‘오늘이 아닌 다른 날’ 미술관을 다시 찾아야 한다.
사비나미술관의 기획전은 ‘60초 예술(60sec ART)’은 하루를 시(時)단위로 계획하고 이를 다시 분단위, 초단위로 쪼개 살아가는 현대사회를 반영한 전시로 ‘시간성’에 대한 작가들의 다채로운 사색을 보여준다. 서둘러 제작돼 빨리 소비되는 ‘스낵컬처’에 대한 단상도 담았다.
웹과 각종 미디어에서 이미지를 수집해 작업하는 인세인박은 2007년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사건의 범인 조승희가 남긴 말들이 마치 ‘예수의 어록’처럼 변질된 추종자를 양산한 것에 주목했고 ‘예수처럼 죽다’는 설치작으로 시각화했다. 그의 다른 작품 ‘학습된 옐로우’는 노란색의 의미 변화를 되짚는다. 어린이에게 노란색은 스쿨버스 색으로 익숙하지만 서구에서 노란색은 소수자인 동양인을 상징한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노란색은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는 애도의 색으로 자리 잡았다. 김가람 작가는 인터넷 ‘댓글’을 가사로 만들어 가상의 걸그룹이 낭독하게 해 그 음원을 매달 인터넷에 유포한다. 댓글을 통한 즉각적 반응이 여론을 형성하고 사건의 방향을 결정짓는 정보사회의 실상을 보여준다.
이예승,방앤리,손경환,강상우,크로스디자인랩 등 시각예술가 8팀이 참여했다. 2013년베니스국제영화제 7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베니스 70:미래재장전’ 참여감독 중 8명의 작품과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수상작 14편, SNS3분 국제영화제 수상작 16편, 10초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출품작 80편 등 총 130여 작품을 볼 수 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머무르게 된다. 7월10일까지. (02)736-4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