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 “통일 화학적 연결고리, 남북경협 놓쳐선 안 돼”

윤후정 통일포럼서 "北의 南 의존도 높여야"

'대륙간 균형 추구' 美·中·러·日

한반도 분단의 원심력으로 작용

좌우 뛰어넘어 통일 이룬 獨처럼

주변국 설득하며 구심력 키워야

北 내부서도 변화 움직임 뚜렷

후대 위해서라도 사명감 갖고

민간교류·인도적 지원 지속을





“남북한의 화학적 통합을 통해서만 진정한 통일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화학적 연결고리가 되는 경제협력만은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윤영관(65·사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이화여대에서 열린 ‘윤후정 통일 포럼’에 토론자로 참석해 통일도 결국 사람과의 관계로 이뤄지는 만큼 북한 주민의 남한 의존도를 높이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 2003~2004년 노무현 정부 초기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 교수는 미래전략연구원장·한반도평화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분단 극복 문제가 삶과 국제정치학 입문의 동기가 됐다고 말하는 그는 지난해 서울대 정치외교학부에서 25년간의 교수직을 마무리하고 정년 퇴임했다.

국제정치학적 관점에서 한반도는 주변 4국의 힘의 균형점에 놓여 있다. 윤 교수는 “미국·중국·러시아·일본 4개국이 공식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지지하지만 전략적으로는 절대 원하지 않는다”며 “한반도 통일로 해양-대륙 세력 간 힘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보다 현 분단 상황이 유지되기를 바라는 이른바 통일에 대한 강력한 원심력이 작용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우리가 진정 통일을 원한다면 통일이 주변국의 전략적 이익에 배치되지 않는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윤 교수는 “이 같은 국제관계의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길은 결국 한반도 내부에서 통일 구심력을 키워 주변국의 원심력을 이겨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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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도 주변국의 복잡한 셈법으로 통일에 이르기까지 상당 기간 표류했다. 1970년대 초 진보 측 사민당 출신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동·서독 간 경제·문화적 유대 강화를 골자로 한 동방정책을 구체화하자 이에 화가 난 맹방 미국의 외교안보 책사 헨리 키신저가 이를 ‘민족주의’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보수 측 기민당의 헬무트 콜 총리는 1982년 집권 후에도 사민당의 동방정책을 적극 계승해 1990년 독일 통일을 완성했다. 윤 교수는 2013년 통독 과정에 참여한 한 우파 정치인을 현지에서 만나 주변국과 정치권의 회유·반대에도 어떻게 좌파정책을 채택할 수 있었는지 물은 일화를 소개했다. 그 정치인의 대답은 “당시 주변국은 독일인들이 진정 바라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독일인 스스로 변해야 무슨 일이든 일어난다는 신념이 내부에서 작용한 것”이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에도 콜 총리는 주변국의 이해 관계로 통일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감지했다. 우파·좌파 구분 없이 국가 이익만을 바라보며 설득으로 구소련과의 신뢰 관계를 쌓고 미국의 반대파를 입막음했다.

윤 교수는 “우리도 주변국을 설득하면서 작은 연결고리라도 놓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현재 대북 제재가 강화되고 있지만 의료·환경처럼 비정치적 민간 분야 협력을 북에 꾸준히 제안하고 경협과 인도적 지원도 끊지 않는 것이 통일 구심력을 키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천문학적 통일비용에 대한 두려움으로 통일을 회피하는 경향을 윤 교수는 경계했다. 그는 “독일인들은 막대한 통일비용을 감수했음에도 자신들이 통일의 사명을 감당한 것에 감사한다고 표현한다”며 “분단으로 우리 민족의 역사와 삶이 파괴된 이 비정상적 상황을 애써 정상으로 여기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평양 신흥 부유층을 일컫는 ‘돈주’ 등 북한 내부에서도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이 감지된다”며 “광복 직후 우리 민족 스스로 통합하지 못해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음을 지금 비판하듯 우리가 현재 통일의 결정적 기회를 상실한다면 후대가 이를 탓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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