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리뷰 '우리들'> 투명하고 여린 여자아이들의 세계

여리고 서툴러 상처주고 상처받던 어린시절에 대한 이야기

또래보다 어른 관객들에게 더 큰 울림 안길 영화

영화 ‘우리들’ 스틸 컷/사진제공=엣나인필름영화 ‘우리들’ 스틸 컷/사진제공=엣나인필름




영화 ‘우리들’ 스틸 컷/사진제공=엣나인필름영화 ‘우리들’ 스틸 컷/사진제공=엣나인필름


영화의 첫 장면. 왁자지껄한 아이들의 목소리와 함께 화면이 밝아지면 어딘가 눈치를 보는 듯 억지웃음을 짓고 있는 여자아이의 말간 얼굴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지금 아이들은 피구 경기에서 한 편을 이룰 친구들을 가위바위보를 통해 뽑고 있는 중. 한사람 한사람씩 자기편을 찾아가는데 여자아이의 이름은 계속 불리지 않는다. 점점 더 어색해지는 아이의 표정만큼이나 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조마조마해지는 시간이 흘러간다.

주눅이 든 시선으로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길 바라던 소녀는 선(최수인)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은근한 따돌림을 당하는 외톨이지만 방학이 시작되던 날 만난 새로 온 전학생 지아(설혜인)는 선의 생활을 완전히 바꿔놨다. 둘은 서로의 비밀을 털어놓으며 가까워졌고 완벽한 여름방학을 함께 보내며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하지만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지아가 선을 따돌리던 보라(이서연)와 친해지면서 선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선은 다시 지아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과 자신을 상처 준 지아를 미워하는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아이들은 아직 여린 탓에 서투르고, 그래서 쉽게 상처 주고 상처받기 마련이다. 편 가르기에서 내 이름이 조금 늦게 불리는 것만으로도 어쩔 바를 모르고, 친구의 생일파티에 나 홀로 초대받지 못한 일도 지워지지 않는 생채기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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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돌림 받을 것이 두려워 누군가를 따돌리는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영화 ‘우리들’이다. 누구나 겪었을 법한 실패와 부끄러움은 어른들로 하여금 과거의 소름 돋는 기억을 되새기게끔 만든다. 영화는 여리고 애달픈 여자아이들의 세계를 비추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간다. 지아의 배신에 가슴 아파하면서도 지아와의 관계를 회복할 궁리에 여념이 없는 선을 보면서 단단한 어른이 된 후에 오히려 잃어버렸던 어설픈 용기에 대해 떠올리게 된다. 영화가 또래 아이들 못지않게 어른들에게 큰 울림을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뭐니뭐니해도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배우들에 있다. 최수인과 설혜인의 말갛고 무구한 얼굴에는 몇 줄의 대사로만으로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숱한 감정들이 어려 있다. 영상미도 뛰어난데 자연광을 충분히 활용해 찍어낸 장면들은 상쾌함을 넘어 투명하다는 느낌까지 준다. 영화는 베를린국제영화제, 상하이국제영화제 등 세계 9개 이상 영화제에 공식 초청받았으며 지난 3일 체코에서 열린 제56회 즐린 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에서는 대상을 수상했다. 극 중의 선을 연기한 최수인 또한 최우수 어린이배우 주연상을 받았다. 16일 개봉.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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