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대기업 기준 상향] 3년마다 대기업 잣대 손질 '경영혼란' 우려..."산업별 특성 반영을"

주요내용 및 보완점은

삼성·카카오 한묶음 규제 해소...중견기업 여건 개선

공정위 기준, 부처마다 동일 적용에 부작용 가능성

업종 특성·변화 고려해 유연하게 기준 적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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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A05 기준 상향시 변화1015A05 기준 상향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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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선(오른쪽 두 번째)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이 9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신영선(오른쪽 두 번째)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이 9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하기로 하면서 자산 규모에서 70배나 차이 나는 삼성그룹과 카카오가 동일한 규제를 받는 이 제도의 가장 큰 모순이 해소되게 됐다. 대기업집단에서 빠지는 기업들은 당장 상호·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제한,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의 사전규제에서 벗어나게 된다. 벤처기업이나 신규 사업을 펼치려는 중견기업들의 경영여건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지만 정부가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를 3년에 한 번씩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대기업집단 기준을 원용한 공정거래위원회 외의 정부부처 규제까지 포함한 60여개 규제가 수시로 변경될 경우 오히려 경영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경제성장 등에 맞춰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올리되 각 산업을 맡은 부처가 전문성을 갖고 각자 현실에 맞게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3년마다 바뀌는 대기업 기준=공정거래위원회와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기업청 등 관계부처가 9일 밝힌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선안은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국내 자산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올리고 3년에 한 번씩 재검토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단 공정거래법이 규제하는 일감 몰아주기와 공시의무 대상 기업은 종전처럼 자산 5조원 이상이며 바뀌지 않는다. 여기에 공기업을 대기업집단에서 제외해 민간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억제 대상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올해 4월1일 기준으로 대기업집단 65개, 계열사 1,736개가 해당됐지만 이번 개선안에 따라 각각 28개, 1,118개로 줄어든다.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와 순환출자가 금지되고 계열사에 대한 채무보증과 계열 금융보험사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된다. 재계에서 이보다 더 큰 규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다른 부처에서 실시하는 중소기업·조세·언론·고용·금융 등 최대 60개의 제도다. 재계는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는 규모와 관계없이 중소기업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중소기업기본법에 근거한 각종 10개 이상의 지원정책에서 배제된다고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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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공정거래법이 정하는 대기업집단 기준을 대부분의 부처가 똑같이 적용하고 이를 3년에 한 번씩 같은 수준으로 올릴지 검토하는 제도는 기업의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특히 이번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상향 과정에서도 각 부처는 구체적인 효과에 대해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법 개정을 둔 채 시행령부터 개정하겠다는 것도 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공정위는 시행령을 개정해 오는 9월에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올리고 10월에 일감 몰아주기와 공시의무는 자산 5조원을 기준으로 차등적용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법 개정안이 통과될 때까지 5조~10조원에 해당하는 기업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지 않을 뿐 아니라 기준도 국회의 결정에 따라 5조원에서 달라질 수 있다. 공정위는 기업의 크기와 관계없이 일감 몰아주기와 유사한 부당 내부거래 제재를 통해 공백기 동안 규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부당 내부거래 제재는 일감 몰아주기에 비해 입증이 어렵다.

◇연쇄 규제 고리 끊어야=전문가들은 각 부처가 업종의 특성과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정거래법에 따른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는 게 목적이다. 이를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는 제조업이나 아이디어 하나로 세운 벤처를 인수해 신사업에 진출하는 정보통신기업에 똑같이 적용해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예를 들어 금융위가 인터넷전문은행을 활성화시키려면 공정위에 대기업집단 기준을 올려달라고 할 게 아니라 금융위 자체적으로 인터넷은행에 참여할 수 있는 대기업 기준을 만들면 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경우 방송법에 방송사 지분 소유 제한을 받는 대기업 기준을 자산 10조원으로 공정위와 달리 운영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기준을 원용하고 있는 38개 법령은 그 제정 목적도 다르고 적용 대상과 산업의 특성도 다르기 때문에 규제 기준을 달리 정할 수 있는데도 굳이 공정거래법상 기준을 준용해온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종=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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