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제주소주를 인수하며 주류 제조업까지 진출했다. 신세계그룹이 기존 와인·수입맥주·수제맥주에 이어 소주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갖춰 종합 주류업체를 넘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만큼 롯데주류와의 대결 구도도 주목된다.
신세계그룹은 9일 이마트가 제주도에 기반을 둔 ‘제주소주’와 주식매매 가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추가협의와 실사를 거쳐 최종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최종 인수대금은 300억원 안팎으로 점쳐진다. 제주소주는 2011년 자본금 25억원으로 설립돼 2014년 ‘곱들락’, ‘산도롱’ 등 소주 판매를 개시했으나 지난해 매출 1억4,000만원, 당기순손실 32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마트는 올 2월 첫 인수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관계자는 “앞으로 제주소주의 청정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해 중국, 베트남, 몽골 등 이마트가 진출한 국가뿐 아니라 일본, 미국 등에도 적극 수출할 계획”이라며 “국내의 경우 우선 제주 지역 3개 이마트점포에서 판매하고 추이를 지켜본 뒤 서울 등 다른 지역 점포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최근 노브랜드, 피코크 등 식품 관련 PB(자체 브랜드)를 잇따라 선보이긴 했지만 대부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었다. 때문에 업계에선 제조사인 제주소주 인수를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한다. 제조·유통업의 경계가 점차 무너지면서 유통공룡인 이마트가 앞으로 제조·유통을 겸하는 상품을 강화하는 게 아니냐는 예측도 나온다.
나아가 신세계그룹이 주류 라인업을 완성하면서 비슷한 사업구조를 갖춘 롯데주류와 서서히 경쟁구도를 구축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신세계L&B를 통해 와인과 맥주 등을 수입 유통하고 있으며 신세계푸드를 통해 수제맥주도 만든다. 여기에 제주소주까지 품으면서 2008년 두산주류를 인수, ‘처음처럼’, ‘클라우드’ 등으로 소주·맥주 시장의 강자인 롯데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게 됐다. 아직은 롯데에 비해 규모가 미미하지만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등 롯데에 필적하는 유통망을 갖춘 만큼 종합 주류업체로서의 도약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편 이마트는 제주소주 인수 후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제주소주가 탄탄한 향토기업으로 자리 잡도록 하고, 사업 초기 제주지역 인재를 채용키로 했다. 또한 제주소주를 통해 제주도와의 사업적 관계 및 상품 매입 규모를 확대하고 한류 콘텐츠를 결합해 제주를 상징하는 한류 상품을 만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