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난민 '외상후스트레스' 방치하면 유럽에 독(毒)!

난민들이 유럽 안착 후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반면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장기적으로 유럽 국가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유엔난민기구는 지적했다. 사진은 유럽으로 향하기 위해 바다를 건너다 배가 뒤집혀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난민 모습. /연합뉴스난민들이 유럽 안착 후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반면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장기적으로 유럽 국가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유엔난민기구는 지적했다. 사진은 유럽으로 향하기 위해 바다를 건너다 배가 뒤집혀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난민 모습. /연합뉴스


시리아 출신의 한 30대 여성난민은 네 명의 자녀를 데리고 보트에 올랐다. 하지만 터키에서 그리스로 가던 중 난민선이 침몰해 아이 둘을 잃었다. 그는 현재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스 아테네에 있는 정신건강 치료기관 ‘바벨’에 맡겨진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여성은 운이 좋은 사례다. 정신 상태가 위태로운 난민은 대부분 치료 등 필요한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사실상 방치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이에 구사일생으로 유럽에 안착한 난민들의 정신건강이 위태로워 유럽의 장기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독일 심리치료사 협회는 독일에 도착한 난민의 40~50%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린단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PTSD는 전쟁이나 잔혹 행위, 죽음과 같은 충격적 사건을 경험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공포와 불안 증세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약 절반이 우울증을 겪고 있다. 심리학자들은 난민들이 생생한 악몽이나 회상을 통해 험난한 경험을 되풀이하는 등의 정신적 외상으로 고통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난민들은 신경 불안, 집중 장애, 수면 장애, 무력감, 간질, 정신 분열 등의 증상을 보인다. 난민 캠프에서 활동한 한 간호사는 헬리콥터나 비행기가 난민 캠프 위를 돌아다니면 불안 증세의 어린이들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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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밀려오는 난민으로 북새통을 이루는 열악한 난민 캠프 환경이 난민들의 정신적 고통을 키운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유럽 국가에 정착한 난민도 비용, 편견, 언어 등의 문제로 해당 국가에서 제대로 진단이나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난민들이 정신건강 악화로 유럽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 난민을 수용하는 유럽 국가에 장기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정신의학 협회는 지난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보낸 서한에서 “난민이 만성 정신 질환에 시달리는 것을 방지하려면 모든 난민에게 즉각적 혹은 장기적으로 정신 치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랑스의 한 비영리단체가 시리아 난민에게 구조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프랑스의 한 비영리단체가 시리아 난민에게 구조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희인턴기자 jh6945@sedaily.com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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