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세계로 가는 한류 콘텐츠> 진화하는 '콘텐츠 코리아'...ACE 전략으로 글로벌무대 승부건다

■Abroad(해외 겨냥)-국경 넘어 큰 시장으로

'옥자''인천상륙작전' 해외시장 겨냥 제작

넷플릭스 통해 공개하고 유럽·美 등에 진출

■Change(발상 전환)-기존 공식 벗어나 차별화

킹키부츠 '美 공연 후 국내 소개' 역발상

킬러 콘텐츠 자체제작 공연장도 잇따라

■Essence(본질 요소)-원천 스토리의 힘

'수상한 그녀' 등 리메이크 판권 수출 대박

잘 만든 스토리 발굴 작업도 활발해져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성공 비결은 철저하게 계산된 전략에 있었다. 세계 최대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 가입자의 검색 기록, 주중·주말 시청 행태, 좋아하는 캐릭터와 플롯 등 방대한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감독과 배우를 섭외하고 스토리를 짰다. 콘텐츠의 국경이 사라지고 수출용과 내수용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대에 ‘재미있으면 된다’는 식의 접근은 자멸을 자초할 뿐이다.

글로벌 한류(韓流) 열풍을 등에 업고 대한민국의 문화 콘텐츠도 새로운 성공 방정식을 짜고 있다. ‘ACE’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Abroad(해외 겨냥), Change(발상 전환), Essence(본질 요소)로 대표되는 ‘ACE’ 전략은 대한민국을 세계적인 문화강국으로 키울 새로운 승부수로 떠오르고 있다. 콘텐츠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콘텐츠 업체들 사이에는 ‘내수용으로 잘 만들어 반응이 좋으면 해외로 나간다’는 글로벌 진출 공식이 깨진 지 이미 오래”라며 “제작 초기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해 대규모 자본을 조성하고 기술력을 확충해 글로벌 무대에서 진검승부를 거는 야심 찬 도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리엄 니슨을 주연으로 캐스팅한 한국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해외 포스터. /사진제공=태원엔터테인먼트할리우드 리엄 니슨을 주연으로 캐스팅한 한국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해외 포스터. /사진제공=태원엔터테인먼트


■Abroad(해외 겨냥)-국경 넘어 큰 시장으로

“승자도 남는 게 없다.” 좁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느낀 콘텐츠 기업들은 일찌감치 해외 영토를 겨냥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는 내년 미국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설국열차로 해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봉 감독의 이번 작품은 넷플릭스가 제작비 전액(579억원)을 투자했고 브래드 피트가 세운 플랜B 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사로 이름을 올렸다. 할리우드 배우 틸다 스윈턴과 제이크 질렌할 등도 가세하는 그야말로 글로벌 프로젝트다. 한정된 관객과 치열한 대작 경쟁으로 ‘이겨도 남는 게 없는’ 국내와 달리 미국이나 중국은 대규모 예산과 그에 걸맞은 시장(소비자)이 받쳐주는 곳이다. 170억원이 투입된 영화 ‘인천상륙작전(7월 개봉 예정)’도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고 캐스팅부터 공을 들였다. 이 작품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맥아더 장군 역은 할리우드 유명 배우 리엄 니슨이 맡았다. 대규모 제작비가 들어간 블록버스터 작품인데다 해외에서 익숙한 배우까지 출연한다는 점이 부각되며 이미 독일·오스트리아 등에 수출됐고 8월 미국 현지 개봉도 확정됐다. 이 같은 흐름 속에 한국 문화 콘텐츠 수출액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KOTRA가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과 공동으로 작성한 ‘2015년 한류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한국 문화 콘텐츠 수출 효과는 3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4년보다 13.4% 증가한 규모다. 한류 문화콘텐츠의 생산유발효과(소비재·관광 제외)도 2012년 3조8,304억원, 2013년 4조 975억원, 2014년 4조2,127억원, 2015년 5조1,697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문화 콘텐츠 분야의 투자 전문가인 이승호 KTB네트워크 상무는 “질 좋은 상품 여럿이 좁은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국내 시장의 한계로 경쟁력 있는 작품들이 빛을 못 보거나 흥행해도 큰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심화하고 있다”며 “제품이 좋으면 누구든 사갈 것이라는 안일한 계획이 아닌 해외 네트워크를 고려한 철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뮤지컬 ‘킹키부츠’는 CJ E&M이 2013년 브로드웨이 초연부터 공동 프로듀서로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다. CJ E&M은 공동 프로듀서로서 이 공연에 대한 동남아·중국·한국 공연권을 획득했다. /사진제공=CJ E&M뮤지컬 ‘킹키부츠’는 CJ E&M이 2013년 브로드웨이 초연부터 공동 프로듀서로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다. CJ E&M은 공동 프로듀서로서 이 공연에 대한 동남아·중국·한국 공연권을 획득했다. /사진제공=CJ E&M


■Change(발상 전환)-기존 공식 벗어나 차별화


기존 공식에서 벗어나 ‘차별화’로 승부수를 띄우는 곳들도 늘어나고 있다. CJ E&M 공연사업부문은 ‘선(先) 국내 제작 후(後) 해외 수출’이 아닌 ‘선 해외 제작 후 국내 소개’라는 역발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CJ E&M은 지난 2013년 미국에서 초연한 뮤지컬 ‘킹키부츠’에 공동 프로듀서로 작품 제작에 참여했고 동남아시아와 중국에서의 공연권을 획득했다. 박민선 CJ E&M 공연사업본부장은 “흥행 콘텐츠 확보를 통해 공연권을 획득하고 이를 한국 외 지역으로 확장함으로써 해외 사업 기회를 넓힐 수 있다고 봤다”며 “향후 우리 콘텐츠를 수출할 수 있는 양질의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측면에서도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는 환경 발굴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킹키부츠의 흥행으로 브로드웨이 및 전미 프로듀서 및 공연장 협회인 ‘브로드웨이 리그’의 첫 한국인, 한국 단체 가입 멤버가 되며 활동 반경을 넓힐 수 있었다”고 밝혔다. CJ E&M은 공동 프로듀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뮤지컬 ‘어거스트 러쉬’의 브로드웨이 자체 제작에 나섰다. 2012년 장기 프로젝트로 시작한 이 작업에서 CJ E&M은 전세계 공연권을 쥐고 공동 투자자를 모집해 작품을 만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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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아트센터도 대관 위주의 사업 모델을 제작으로 바꿔 차별화에 성공했다. 인기 공연이 인지도 높은 대형 공연장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자체 제작 킬러 콘텐츠’로 눈을 돌린 것이다. 충무아트센터가 제작한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한국 창작 뮤지컬 하면 떠올릴 법한 한복·국악·역사 등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세계인이 알 법한 소재를 꺼내 들었다. 사업 모델과 소재 접근의 전환이 작품 흥행으로 이어지며 충무아트센터는 중구 소재 문예회관에서 뮤지컬 특화 공연장으로 포지셔닝할 수 있었다.

한국 영화 ‘수상한 그녀’(왼쪽)와 이 작품의 리메이크 판권을 사들여 중국에서 만든 ‘20세여 다시 한 번’. /사진제공=영화입장권통합전산망한국 영화 ‘수상한 그녀’(왼쪽)와 이 작품의 리메이크 판권을 사들여 중국에서 만든 ‘20세여 다시 한 번’. /사진제공=영화입장권통합전산망


중국에 리메이크 판권을 수출한 한국 영화 ‘날 보러와요’. /사진제공=OAL중국에 리메이크 판권을 수출한 한국 영화 ‘날 보러와요’. /사진제공=OAL


■Essence(본질 요소)-원천 스토리의 힘

해외 진출도, 발상 전환을 통한 수익 창출도 중요하지만 많은 국가에서 관심 가질 만한 ‘잘 만든 스토리’를 발굴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실제로 최근 영화 부문에서는 원천 스토리를 해외에 판매하는 이른바 ‘리메이크 판권 수출’이 잇따르고 있다. 심은경 주연의 영화 ‘수상한 그녀’는 중국과 베트남에서 각각 ‘20세여 다시 한 번’ ‘내가 니 할매다’라는 제목으로 제작돼 흥행에 성공했다. 기본 스토리를 제외한 배우나 일부 설정을 현지에 맞게 바꾼 덕에 ‘내가 니 할매다’는 역대 베트남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20세여 다시 한 번’은 1,200만 관객을 동원하고 65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날 보러와요’ ‘계춘할망’ ‘시간이탈자’ 등이 중국에 리메이크 판권을 수출했다. 공연 부문에서도 창작 뮤지컬 ‘난쟁이들’이 유쾌한 현실 풍자를 앞세워 중국과 라이선스 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 작품은 대본과 음악만 구입해 현지 프로덕션 상황에 맞춰 제작하는 ‘논레플리카’ 방식으로 중국 관객과 만난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도 같은 방식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날 보러와요’의 제작사 오에이엘(OAL)의 어윤선 팀장은 “한국에서 흥행한 탄탄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현지 문화나 배우, 유머 코드 등을 반영해 안정적으로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리메이크 판권 판매가 활발한 편”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논레플리카(대본과 음악만 구입해 현지 상황에 맞게 제작하는 방식) 방식으로 라이선스를 판매한 창작뮤지컬 ‘난쟁이들’. /사진제공=PMC프러덕션중국에 논레플리카(대본과 음악만 구입해 현지 상황에 맞게 제작하는 방식) 방식으로 라이선스를 판매한 창작뮤지컬 ‘난쟁이들’. /사진제공=PMC프러덕션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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