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IFRS4 2단계' 도입 늦춰질 듯

임종룡 "시장 혼선 최소화"

보험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이 최소 1년 이상 늦춰져 오는 2021년은 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국내 보험업계는 IFRS4 2단계를 예정대로 2020년에 도입하면 국내 보험사의 부채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 중소 보험사 몇 곳이 파산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며 도입 연기를 주장해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0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IFRS4 2단계 도입의 영향과 향후 대응’을 주제로 보험업계와 가진 간담회를 통해 “IFRS4 2단계 도입시기 및 방법 등에 대한 불필요한 시장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제기준이 공식적으로 확정·발표되면 제도개선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IFRS4 도입 연기를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제회계기준이사회(ISAB)는 올 상반기까지 각국이 합의해 국제기준을 만들고 이를 기초로 2020년 IFRS4 2단계를 본격 시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1위 보험사인 독일 알리안츠 등이 포진한 유럽을 중심으로 이 같은 계획에 난색을 표명하면서 내년 상반기로 국제기준 확정이 미뤄졌고 이번에 금융당국이 이를 확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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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관계자는 “해외 보험업계와 이들의 의견을 모아 국제기준을 합의하는 국제계리사회와 접촉한 결과 각국의 요구조건이 많아지면서 애초 2020년 도입하기로 한 것이 1년 이상 미뤄질 것으로 본다”며 “미국과 일본이 도입을 거부하고 국제사회에서 도입을 주도하는 세력이 없는 상태에서 우리가 먼저 나설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보험사 회계기준을 규정한 IFRS4 2단계의 핵심은 바로 보험사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한다는 점. 이 기준이 적용되면 국내 보험사의 부채 규모가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과거 고금리 시절에 팔았던 고금리 보험상품을 현재 저금리로 할인하면 현재 가치가 예전보다 크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 결과 IFRS4 2단계 도입이 예정대로 강행될 경우 재무건전성이 떨어지는 중소형 보험사 2~3곳이 파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적지 않았다. 실제 보험연구원은 IFRS4 2단계가 시행되면 생명보험사의 가용자본 감소 규모가 35조원(지난 2013년말 기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IFRS4 2단계를 반영하기만 해도 주요 대형보험사 매출이 지난 2014년 말 기준 30% 수준(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으로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보험사가 최근 고금리 확정 상품의 비중을 줄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양로보험을 내놓아 선풍적 인기를 끈 한화생명보험이 올 3월 돌연 상품 판매를 중단한 것도 고금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보험 업계는 IFRS4 2단계 도입 연기 소식에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계약에 대한 회계처리 변경, 부채공정가치 평가 모델 마련 및 제도변화를 반영한 회사별 시스템 개발 등에 많은 인력·비용 및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이번 조치를 반겼다.

금융당국은 IFRS4 2단계 도입을 미뤘지만 도입 자체를 피할 수는 없는 만큼 부채평가 방식을 바꿔 보험사들이 천천히 대비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은 IFRS4 2단계를 적용하지 않았지만 자체적으로 보험사 부채를 현재 시점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고 우리도 시기의 문제일 뿐 도입을 피할 수는 없다”면서 “임기가 2~3년인 보험사 최고경영자들이 내 임기에만 도입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대비를 미루고 있다”고 우려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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