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투자 및 제약업계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대표업체인 한미약품(128940)은 2대 주주로 있는 크리스탈(083790)지노믹스의 보유 주식 약 180여만주를 지난 8일에서 이날까지 대부분 장내 매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1·4분기 기준으로 한미약품은 크리스탈의 지분 192만3,999주(7.78%)를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대규모 수출계약으로 8일 상한가를 기록했던 주가는 다음날 한미약품이 쏟아낸 150만주의 물량으로 장중 8%까지 빠지기도 했다. 7일 크리스탈은 미국 바이오업체 앱토즈와 3,524억원의 수출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본지 6월9일자 2면 참조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호재에도 대주주가 주식을 대량으로 장내 매도하는 것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대주주가 블록딜이 아닌 장내에서 물량을 팔아버리는 것은 이례적인 경우라고 지적했다.
2대 주주인 한미약품의 지분 매각에 대해 크리스탈 측은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이날 크리스탈은 “사전에 아무런 설명도 없이 장내에서 지분을 매각한 것은 크리스탈 이사회에 3명의 사외이사를 파견하고 있는 2대 주주가 취할 행동은 아니다”라며 “양사 간 체결한 전략적 제휴 합의서에는 지분을 매각할 경우 사전에 상대방에게 통지하고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기로 돼 있기 때문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탈의 3대 주주이자 ‘슈퍼개미’ 투자자로 불리는 양대식씨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제약업계의 맏형인 한미가 이런 식으로 지분을 매각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대주주로서 크리스탈 경영진의 선택을 믿고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번 매도로 한미약품은 약 200억원가량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지분 매입 이후 8년간 10% 미만의 수익률을 보인 것이다.
제약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결별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분위기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간 양사 두 오너 간 사업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어 어느 순간부터 다소 멀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탈이 골관절염치료제 아셀렉스의 국내 시판을 한미약품이 아닌 동아에스티와 함께 진행하면서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이견은 두 기업 창업자들의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일부 한미약품 임원들이 “향후 주가 상승이 예상되니 매각을 하더라도 잠시 보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임성기 회장이 매각 강행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크리스탈은 한미약품의 매도 소식에 장중 4.32%까지 하락했다가 장 막판 전 거래일 대비 2,150원(10.31%) 오른 2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