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롯데 압수수색]원톱 지배구조에서 미래성장동력까지... 뿌리째 흔들리는 롯데

롯데케미칼 美 액시올사 인수 포기

핵심 임원들 모두 수사선상 올라…경영 올스톱 위기

화학·유통 앞세운 그룹 성장 밑그림 급제동 불가피

일본 → 한국 이어지는 수직 지배구조까지 손댈수도



검찰이 롯데그룹 수뇌부를 정조준하고 나선 10일 롯데 임직원들은 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검찰의 칼끝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까지 겨누고 있어 핵심 성장동력 사업이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신 회장 중심의 ‘원톱 롯데’ 지배구조까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수사 전선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재계에서는 △롯데가 잠실 제2롯데월드 건설 과정에서 수십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설 △성남 비행장 공사 과정에서 유착관계가 있었다는 방산(防産) 비리설 △호텔롯데 상장을 앞두고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 검찰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고리 끊기에 나섰다는 설 등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다양한 추측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신 회장의 누이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면세점 금품수수 의혹에 이어 롯데마트 가습기 살균제 인명피해, 롯데홈쇼핑 영업정지에 이르는 ‘삼중 악재’에 결정타가 더해진 셈이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권 말기 검찰이 작심 사정(司正)에 나선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롯데그룹이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롯데 경영 사실상 올스톱=롯데 수뇌부는 유통과 화학을 중심으로 구성된 그룹 미래 성장 전략에 급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우선 유통사업 부문에서는 그룹이 사활을 걸고 있는 잠실면세점(월드타워점) 탈환이 사실상 힘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면세점 운영사인 호텔롯데가 분식회계 등 부정을 일으킨 것으로 확인되면 면세점 특허 심사 과정에서 ‘과락’을 면하기 힘들다. 이 경우 매년 5,000억원에 이르는 매출에 공백이 생기는 것과 더불어 올해 말 완공을 앞둔 제2롯데월드 운영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롯데는 또 지난해 3조원을 들여 삼성정밀화학 등 삼성그룹 화학계열사를 통째로 인수한 데 이어 잇달아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우선 강력한 의지를 보였던 미국 액시올사 인수 계획을 접었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은 이날 “이번 인수 계획 철회는 아쉬움이 크나 현재의 엄중한 상황을 감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철회 이유를 밝혔다. 액시올사는 인수전에서 롯데케미칼과 경쟁을 벌였던 웨스트레이크케미컬이 인수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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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수뇌부의 핵심 임원들이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것도 신 회장의 입지를 좁히는 요인들이다. 신 회장이 사업상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도맡아왔던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의 경우 가습기 살균제 인명피해 사건의 여파로 이미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여기에 더해 그룹의 2인자이자 ‘왕의 남자’로 통하는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 부회장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해 대형 경영공백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오너와 핵심 경영진이 무더기로 수사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는 셈이다.

◇지배구조 손보기로 이어지나=롯데그룹 내부에서는 검찰이 일본 롯데에서 한국 롯데로 이어지는 수직적 지배구조의 고리를 이번 기회에 손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한국 롯데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호텔롯데의 지분보유 현황을 보면 일본에 본사를 둔 롯데홀딩스(19.07%)와 광윤사(5.45%), L제1~2 및 4~12 투자회사(72.65%) 등이 대주주로 있다. 호텔롯데가 주주배당을 하거나 기업공개에 나서 자금을 마련하면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이 일본으로 흘러들어 가는 구조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L투자회사나 광윤사 등은 서류상 존재하기는 하지만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구조”라며 “검찰이 호텔롯데의 비자금 조성 등을 문제 삼아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조사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신 회장과 대척점에 서 있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이번 수사와 맞물려 어떤 태도를 취할지가 관심을 모은다. 신 전 부회장은 올 들어서도 일본 롯데홀딩스의 종업원 주주들을 집중적으로 설득해왔다. 그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한 현 국면을 경영권 싸움의 호기로 이용할 경우 롯데의 지배구조는 또 한번 소용돌이에 빠질 수밖에 없다. 물론 신 전 부회장 역시 수사 선상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그룹의 위기를 넘기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검찰 수사 도중에는 잡음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여기에 광윤사 등이 일본에 뿌리를 둔 기업인 만큼 한국 검찰이 나서 지배구조를 흔들기는 무리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자금 흐름이 정상적 패턴으로만 이뤄졌다면 배당금 등을 통해 나라 밖으로 나갔다는 이유만으로 사법 처리를 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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