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다시 불붙은 롯데 경영권 분쟁]신동주, 도덕성 무기로 반격…동빈, 日서 종업원지주 달래기 나설듯

신동주,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신청 등 압박 채비

'경영권 분쟁 출구전략' 공들여 온 롯데그룹 당혹

檢 수사 2~3달 걸려…"9월 주총이 진짜 분수령"



지난해 7월 ‘왕자의 난, 부자의 난’을 촉발한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이 검찰 수사를 계기로 사실상 제2라운드에 접어들게 됐다.

지난해 7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일본롯데홀딩스 이사진 전원을 ‘손가락 해임’하면서 본격화된 경영권 분쟁은 신동빈 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두 차례 모두 완승을 거두며 ‘굳히기’ 수순을 밟아왔다.


신동빈 회장은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후 호텔롯데를 상장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밀실경영의 장막을 걷어내겠다는 공약을 잇달아 내놓으며 주주들의 신뢰를 획득했다. 지난 2004년 한국롯데 경영 전면에 나선 뒤 공격적인 인수합병(M&A) 행보로 회사의 DNA를 바꾼 업적도 인정받았다.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만을 앞세웠던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상반된 행보였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올 3월 일본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종업원지주회에 1인당 25억원어치의 주식을 나눠주겠다는 파격적 제안까지 내놓았으나 끝내 판세를 뒤집지 못했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지금까지 짜인 구도가 확 달라질 수 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일본에서는 기업 경영진에 도덕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수뇌부가 총사퇴하는 것을 미덕으로 보는 문화가 있다”며 “만약 신동빈 회장이 구속되는 ‘유고 사태’가 발생하면 신동주 전 부회장이 대안으로 급부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벌써 총력전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고열로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나흘째 지키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 관계자는 “3월 임시 주총 이후 주주제안을 통해 신동빈 회장에 대한 해임안을 이미 제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앞서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내놓은 성명에서 “롯데가 창업 이후 최대 위기임을 고려해 일본롯데홀딩스 주총에 앞서 이사회 등이 긴급 협의의 장을 만들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신동빈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경영체제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공격했다. 검찰 수사를 고리로 경영권을 찾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기존에 벌이던 소송과 더불어 주요 계열사에 대해 회계장부 열람 등 가처분 신청을 쏟아내는 방식으로 압박 수위를 높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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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검찰 수사가 경영권에 마냥 유리한 것은 아니다”라는 조심스러운 모습도 엿보인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 관계자는 “(검찰 수사는) 전혀 대비하지 않은 돌발변수다. 중간고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학력고사를 치르게 된 형국”이라며 당혹스러움을 표시했다. 이번 사태를 과도하게 경영권 회복의 ‘무기’로 삼으려 할 경우 주주들의 반발을 살 수 있음을 의식한 것이다.

반면 롯데그룹은 “공들여 준비해온 경영권 분쟁 ‘출구전략(exit plan)’에 급제동이 걸렸다”며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롯데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을 입증해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소송전을 마무리 짓는 한편 △이달 말 주총에서 다시 한 번 압도적 승리를 거둬 정당성을 공고히 하고 △오는 12월 제2롯데월드타워 완공을 계기로 부자(父子)가 화해하는 수순의 출구전략 밑그림을 그려왔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터져나오면서 6월 주총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실제로 신동빈 회장은 자신의 일본롯데홀딩스 지분은 1.4%에 불과하지만 종업원지주회(27.8%)와 5개 관계사 지분(20.1%), 임원지주회(6.0%) 등의 지지를 등에 업고 우세를 점해왔다. 이들 우호지분 중 한 곳이라도 마음을 돌리면 지배구조에 균열이 생긴다. 반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광윤사(28.1%)를 지배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이 적다.

물론 재계에서는 당장 이달 말 주총에서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 결과를 내놓기까지 적어도 두세 달은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그때까지는 주주들도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정관상 9월에도 주총을 열 수 있는 만큼 9월 주총이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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