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대표적이다. IMF는 3년 전인 2013년만 해도 한국 경제의 구조개혁을 성공사례로 선전하면서 세계 각국에 긴축과 개방을 통한 생산성 정체 극복을 권고해왔다. 그런 IMF가 지난해부터 부쩍 재정지출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회의나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성명에는 재정지출 확대가 단골로 등장한다. 이달 초 한국 정부와 진행한 연례협의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재정과 통화가 모두 포함된 정책 패키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우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취임하면서 41조원 이상의 재정을 풀겠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재정건전성 악화를 초래한다며 재정의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이랬던 KDI가 최근에는 통화당국의 금리 인하와 함께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 수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최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인하한 한국은행의 이주열 총재 역시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 경제는 구조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 없이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며 금리 인하보다 경제개혁에 방점을 둬왔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월 취임 이후 얼마 전까지 자타공인의 건전재정론자였다. 연초 내수와 수출이 동반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그는 “추가경정예산은 없다”며 흔들리지 않았다. 2월에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때도 “추가적 대규모 재정확대는 어렵다”고 한 유 경제부총리다. 그가 최근 들어 180도 달라지고 있다. 산업연구원 40주년 기념 국제포럼 직후 “아직 우리 재정의 부채 규모가 낮으니 확장적 재정정책의 룸(여유)이 있다”고 한 발언은 한마디로 재정확대 가능성을 열어둔 대목이다.
정책 일관성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변화하는 경제상황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제경제기구나 국내 경제전문가들의 입장 변화도 이런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 재정확대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전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저 경제정책만 접혔다 펴졌다 하는 모양새다. 이러는 사이 국가부채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기준금리는 한없이 제로로 내려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