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로터리]올라갈 때는 내려갈 때도 생각해야

조영제 한국금융연수원장



요즘 기업 구조조정이 화두다. 언론은 연일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기사와 논평을 쏟아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조선·해운업 등이 이슈의 최전선에 있다. 국가적 기간산업체들을 살리느냐 마느냐부터 공적자금을 어떤 식으로 투입해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쟁점과 논의가 지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모든 논의가 망가진 기업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의 진정한 의미는 기업이 환경에 적응하며 지속적인 생존이 가능하도록 조직을 상시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찰스 다윈의 말처럼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곧 강한 것이기에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변신하는 과정, 그것이 바로 구조조정이다.

지난 1990년대 초 이건희 삼성 회장이 이런 얘기를 했다. “삼성이 열심히 하다 보니 2등까지 왔다. 그러나 2등 하기는 쉬웠다. 1등만 바라보고 열심히 뛰다 보니 어느새 2등이 됐다. 그러나 1등이 되려면 1등 쫓아가는 자세로는 안 된다. 1등이 하지 못하는 생각과 행동을 해야 한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그리고 1등이 된 후 이 회장은 다시 이런 말을 했다. “1등이 되는 것은 쉬웠다. 1등을 지키는 것은 더 힘들다. 1등이 되기까지는 적(敵)이 하나였지만 1등이 되고 나니 사방이 다 적이다.” 임직원들이 샴페인을 터뜨릴 때 회장은 5년 후, 10년 후에도 삼성이 1등 기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걱정 때문에 잠을 못 이룬다고 했다. 그러한 최고경영자(CEO)의 남다른 경계심이 있었기에 노키아는 쓰러졌어도 삼성은 여전히 세계 1등 기업으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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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삼성은 보통 사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결단과 결행을 하고 있다. 돈이 되는 기업임에도 팔고 멀쩡한 건물도 매물로 내놓는 기이한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의 앞날을 예견하고 끊임없이 내적 변화를 주문해야 하는 그룹 오너로서는 어찌 보면 남몰래 사업 재편성을 위한 구조조정을 선제적으로 하고 있는지 모른다. 기업이 망가진 후 사람을 해고하고 조직을 줄이기보다는 기업이 멀쩡할 때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해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몸부림을 앞서 실행할 필요가 있다. 현재 잘되는 사업이라도 미래를 낙관할 수 없다면 수익이 나 제값을 받을 수 있을 때 처분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환경은 늘 변하고 또 변한다. 유능한 경영진은 변화에 앞서 변신을 시도한다. 재무구조가 망가져 혼수상태에 빠진 기업만이 구조조정 대상이 아니다. 멀쩡한 기업이라도 미래에 지속적인 이윤 창출을 기대할 수 없다면 당장 업황이 좋고 이익을 낸다 하더라도 변화에 앞서 미리 새판을 준비해야 한다. 끊임없이 사업 부문을 조정하고 인력을 재배치하며 잉여인력을 훈련해 환경 변화 시 다른 방면에서 재활용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지금 문제가 된 기업들은 평상시 구조조정에 실패했고 참담한 결과를 맞았다. 기업 구조조정은 어려울 때 하는 것이 아니라 잘나갈 때 하는 것이다. 조영제 한국금융연수원장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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