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폴리시믹스 완성해야" VS "눈덩이 빚 일본꼴 난다"...불붙은 '추경 논쟁'

경제연구원장들

금리는 심리적 효과일뿐

재정이 성장률 뒷받침

정부 추경 편성 안하면

경기회복 모멘텀 상실

석학들

재정건전성 양호하다지만

공기업 빚 포함땐 부담 커

올핸 금리·내년엔 슈퍼예산

교차 대응하는 전략 필요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이어 한국은행까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주문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 ‘추경 논쟁’이 불을 뿜고 있다. 추경에 찬성하는 쪽은 “그동안 폴리시믹스(Policy mix·정책조합)를 강조하며 한은의 금리 인하를 요구한 것은 정부”라며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렸으므로 정부도 추경으로 화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추경을 해봤자 성장률은 찔끔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추경이 매년 반복되면서 국가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은 “현재 기준금리가 높아서 경제주체들이 소비와 투자를 안 한 게 아니다. 금리 인하는 적절한 결정이었지만 소비·투자를 크게 진작시키진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반면 재정정책은 경제성장률에 직접적인 효과를 낸다”며 “추경을 편성해 폴리시믹스를 완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총생산(GDP)에는 ‘정부지출’이라는 항목이 있다. 추경을 하면 정부지출이 늘어 GDP가 곧바로 상승한다. 민간이 돈을 써야 GDP가 상승하는 금리 인하보다 성장률 제고에 효과적이다.

신 원장은 “우리 잠재성장률은 올해 3%인 반면 실질성장률은 구조조정으로 2.6%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잠재 수준의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론 재정 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이 있겠지만 IMF·OECD가 지적한 바와 같이 아직 한국은 여유가 있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도 추경에 찬성하는 쪽이다. 강 원장은 “금리 인하는 소비와 투자를 크게 늘리기보다 경제심리를 제고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결국 성장률을 직접 끌어올리는 정부 추경이 보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기가 서서히 가라앉아 체감하기 어렵겠지만 제조업 가동률이 71%까지 떨어지는 등 지금은 환란, 금융위기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라며 “정부가 공기업 투자, 기금 확대 등으로 하반기 ‘재정절벽’에 대응한다지만 이는 간접적인 수단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추경을 하지 않으면 경기가 고꾸라져 경기 회복 모멘텀 자체가 상실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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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도 만만찮다. 조장옥 한국경제학회장(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은 “추경을 편성한다고 해도 성장률 0.1~0.2%포인트 올리는 데 그칠 텐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조 교수는 “일본이 지난 1990년대 구조적 요인으로 성장률이 떨어지는데도 구조개혁보다는 추경,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 결국 국가부채가 GDP의 240%까지 불어났다”며 “우리도 일본의 전철을 밟을까 두렵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 재정 건전성이 양호하다지만 이는 중앙정부 부채만 계산한 것”이라며 “공기업 부채까지 합치면 결코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의 중앙, 지방정부 부채(D1)는 40% 내외인 반면 비금융공기업을 합하면 65% 수준으로 껑충 뛰어오른다.

조 교수는 “정부가 추경을 결단한다고 해도 국회 때문에 빠르게 편성될지 미지수”라며 “추경 등 단기대책보다는 미래를 보고 구조조정에 집중할 선 굵은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추경을 한다고 해도 재정 씀씀이를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곳에 집중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전 금융연구원장)는 “(경제학적 분석을 배제한 채) 한은이 나섰으니 정부도 하라는 식의 주장은 곤란하다”며 “앞으로의 경제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본 유출 우려 등 우리 경제여건상 기준금리는 1%가 마지노선이다. 앞으로 한 번(0.25%포인트) 내릴 여력만 있다”며 “반면 하반기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 금리 인상 등으로 내년까지 경제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카드는 딱 한 번 남은 반면 경기 파도는 내년까지 거세질 것으로 보이므로 재정이라도 아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올해 추경을 한다면 내년 예산은 확장적으로 펼 수 없다”며 “좀 더 긴 안목에서 올해는 금리로 경기에 대응하고 내년에는 슈퍼예산으로 화끈하게 재정을 푸는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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