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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필의 음악 이야기] 세계인의 오페라 카르멘

유정필 테너유정필 테너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 우리나라 청중들이 제일 좋아하는 오페라는 무엇일까. 비제가 작곡한 ‘카르멘’이 아닌가 싶다. 카르멘은 우리나라 주요 오페라 무대에 한해도 거르지 않고 올라가는 작품이다. 세계적으로 살펴봐도 이 작품을 외면하는 공연장은 없다.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먼저 음악적 완성도가 뛰어나다. ‘하바네라’, ‘세기디야’, ‘꽃 노래’, ‘투우사의 노래’ 등 아름다운 선율과 다양한 색채의 노래가 풍성하게 들었다. 작곡가 조르주 비제의 관현악 역시 화려하고 가슴 벅찬 오페라의 장면들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독일이 낳은 대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오케스트레이션 기법을 공부하고 싶다면 카르멘의 악보를 연구하라. 음표 한 개도 버릴 것이 없다.”고 말하며 최고의 찬사를 이 작품에 바쳤다.


카르멘의 초연은 1875년 3월 3일 파리의 오페라 코미크 극장에서 이루어졌다. 객석에는 일반 청중뿐 아니라 예술가와 오페라 관계자들로 가득했다고 한다. 비제는 이 작품에 자신의 열정과 모든 노력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카르멘의 내용은 초연 당시 큰 문화적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19세기 말 유럽에서 여성의 전통적 이미지는 대체로 정숙하고 청순한 모습으로 그려졌는데, ‘카르멘’이라는 여주인공은 이러한 관념을 산산이 부수는 인물이었다. 거기다 밀수를 비롯해 결투와 치정살인까지 나오는 이야기 전개는 당시 관객들을 매우 당황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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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파리 초연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는데 비제는 큰 상심에 빠져 초연 후 겨우 3개월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비제의 사후 전 세계를 휩쓴 카르멘의 인기와 위상을 볼 때 비제의 때 이른 죽음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이 오페라를 정말 좋아한다. 특히 노래와 관현악이 서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인공들의 감정 표현이 최고조로 치닫는 피날레는 연극적인 것을 넘어 더 깊은 무언가를 청중과 함께 나누어야 하는 어렵고도 감동적인 대목이다. 한 여자를 자신의 사랑으로 묶으려는 남자와 사랑은 새처럼 자유로워야 한다는 여자의 상반된 개념을 작곡가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표현해냈다. 막이 내리면 청중은 슬픔과 분노, 허탈함이 뒤섞인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이렇게 섬세하면서도 격정적인 작품을 남긴 비제에게 그저 감탄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오페라의 세계에 처음 입문하시는 모든 분께 비제의 카르멘을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다. (테너)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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