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시각] 용기없는 야당엔 희망도 없다

김홍길 정치부 차장김홍길 정치부 차장




여소야대의 20대 국회가 13일 공식 개원하면서 야당의 입김이 어느 때보다 거세지게 됐다. 당면한 산업 구조조정이나 노동개혁·규제개혁·남북관계 등 거의 모든 쟁점 현안에서 야당의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으로서는 모처럼 호기를 잡은 것이고 여당으로서는 당혹스러운 상황임에 분명하다.


조선산업 구조조정에서는 이미 야당의 주장이 먹혀 구조조정 재원 마련에 정부 재정 투입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야당은 더 나아가 구조조정을 야기한 부실 경영 원인을 먼저 따져보자며 다그치고 있다. 야당은 구조조정을 지연시킨 책임이 여당 눈치만 살펴온 정부에 있고 기업이 부실하게 된 것은 대주주 오너의 방만 경영에 있다며 이들을 상대로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리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선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 유독 정부나 대주주 오너만의 책임일까. 아쉽게도 야당이 얘기하지 않고 있는 것 중 하나가 강성노조 문제다. 일반 기업에 비해 월등히 높은 평균 연봉을 유지하고 저성과자라도 회사가 마음대로 자를 수 없도록 만든 강성노조 말이다. 회사가 적자를 내도 복지후생 등의 각종 명목은 매년 꼬박꼬박 올려 여론의 지탄을 받은 것도 강성노조다. 강성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무리한 요구사항을 내걸어도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들어준 것이 기업들의 죄라면 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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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물량 공세와 세계적인 경기 침체는 오히려 하나의 외적 변수에 불과할 수 있다.

기업은 다가오는 위험을 감각적으로 알아차리고 이를 회피하려 들지만 타성에 젖은 노조에 발목 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결국에는 공멸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때 세계 시장을 호령하던 우리나라 조선산업이 이 지경이 된 것은 야당 주장대로 정부나 기업 주주들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말이다. 야당이 기업 부실 책임을 물을 때 강성노조의 병폐도 함께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에 일어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는 정비 하청업체가 2인1조 근무 등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여기에도 강성노조가 자리하고 있다. 서울메트로 노조는 퇴직 직원을 하청기업에 내려보내면서 ‘월급은 기존에 받던 대로 보전해주라’는 계약을 맺도록 회사 측을 압박한 정황이 드러났다. 원청인 서울메트로 출신 퇴직자들의 고임금을 유지해주느라 하청업체는 직원들을 비정규직으로 돌리고 같은 일을 해도 월급은 턱없이 적게 줘왔다. 하청업체가 2인1조를 하고 싶어도 인건비 부담 때문에 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려 있던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구의역 사고의 책임 선상에 강성노조가 있다는 것을 지적한 야당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야당의 존재감은 과거처럼 선명성 부각에만 있지 않다. 20대 국회에서는 야당의 입김이 커지는 상황과 맞물려 책임감도 그만큼 비례적으로 커져야 한다. 노조가 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이지만 앞으로 야당은 노조에도 할 말 하는 독한 야당이 돼야 한다. 이런 용기가 없는 야당이라면 앞으로 4년은 물론 그 후로도 희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what@sedaily.com

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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