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30대 그룹은 지금] 아시아나항공

중국 기업 단체 관광객 집중 공략<br>‘요우커가 사랑하는 항공사’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쌓아온 탄탄한 중국 내 인지도를 기반으로 중국 기업 단체 관광객 유치에 잇달아 성공하고 있다 . 사진은 ‘한국방문의 해‘ 엠블럼을 부착한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모습.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쌓아온 탄탄한 중국 내 인지도를 기반으로 중국 기업 단체 관광객 유치에 잇달아 성공하고 있다 . 사진은 ‘한국방문의 해‘ 엠블럼을 부착한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모습.




지난해 한국을 찾은 요우커는 약 610만여 명이었다. 올해는 더욱 늘어 약 74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들어 개별 관광객이 아닌 중국 기업 소속의 단체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중국 기업 관광객 특수를 톡톡히 누리는 기업이 있다. 바로 아시아나항공이다. 중국 기업 관광객의 하늘길을 꿰차며 쏠쏠한 실적을 내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중국 시장 전략을 살펴봤다.


기자는 지난 5월 초 황금연휴를 맞아 중국 칭다오(靑島)로 여행을 떠났다. 2박 3일간 칭다오 맥주와 각종 먹거리를 즐기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5월 9일 귀국길에 올랐다.

이날 오전 9시 체크인을 위해 줄서 있던 칭다오 류팅국제공항 대합실이 갑자기 시끌벅적해졌다. 주황색 단체복을 입은 100여 명의 관광객이 등장한 것이었다.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해프닝도 있었다. 단체 관광객 중 일부가 금속 탐지기를 통과하자 ‘삐’하는 경고음이 들렸다. 허리춤에 차고 있던 의료용 벨트, 전자석이 탑재된 건강 점퍼가 그 이유였다. 우여곡절 끝에 출국장에 들어선 그들은 항공기 탑승을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금세 출국장은 주황색 물결로 가득 찼다. 그들의 정체가 궁금해 홀로 자리에 앉아 있던 중년 남성에게 물어봤다.

그는 자신을 중국 기업 ‘난징중마이과기발전유한공사(이하 중마이그룹)’의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임직원 포상휴가로 한국을 방문하게 됐다”며 “이미 4,000여 명의 임직원이 한국을 방문해 삼계탕 파티를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고 말했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중마이그룹 관광객들은 탑승 시작 안내 방송이 나오자 일제히 한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향한 곳은 바로 인천행 ‘아시아나항공’ 탑승 게이트였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중국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전략의 핵심은 중국 기업의 단체 관광객 유치다. 사실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꾸준히 중국 시장을 공략해왔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24개 도시를 대상으로 32개 노선을 운영하며 자사가 취항한 국가 중 가장 많은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은 아시아나항공의 전체 여객 매출 중 20%가량을 책임지는 핵심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5월 초 아시아나항공을 타고 한국을 찾은 중마이그룹 임직원들이 출국장에 도착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지난 5월 초 아시아나항공을 타고 한국을 찾은 중마이그룹 임직원들이 출국장에 도착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대상 맞춤 서비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994년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취항을 시작으로 중국 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당시만 해도 대다수 중국인 여행객들은 에어차이나, 중국 동방항공, 중국 남방항공 등 국적 항공사를 이용했다. 특히 이들 항공사는 운행 초기부터 저가 전략을 고수해 왔다. 낮은 가격과 물량 공세로 일관하는 중국 국적 항공사에 맞서 외항사가 현지 시장에서 성공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그 좁은 틈새를 성공적으로 공략했다.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아시아나항공 홍보팀 관계자는 말한다. “중국 항공사들은 국영입니다.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받죠.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한 편입니다. 실제로 저렴한 가격 때문에 중국 항공사를 이용해 본 국내 고객들 상당수가 기내 승무원들의 서비스 마인드에 불만을 느낀다고 하더군요. 심지어 ‘한번 중국 항공기를 타본 사람은 다시는 이용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이 같은 불만사항은 중국 현지인들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중국 항공사에서 결코 경험하기 어려운 차별화된 기내 서비스 제공을 핵심 전략으로 삼았습니다. 중국인 탑승객들의 취향을 분석해 이에 맞는 기내식을 공급했고, 중국어에 능통한 승무원을 다수 배치해 소통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조치했죠. 국내 최초의 지그재그 방식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인 ‘오즈 쿼드라 스마티움’을 가장 먼저 적용한 노선 역시 ‘인천~베이징 노선’이었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중국 내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인지도는 비약적으로 높아질 수 있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중국인 관광객 대상의 맞춤형 서비스를 꾸준히 선보이며 요우커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0년 국내 항공사로는 처음으로 ‘중국인 전용기’를 마련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인천과 제주도를 잇는 중국인 전용기 ‘제주쾌선(濟州快線)’은 중국인 관광객들의 여행 특징을 철저히 분석해 탄생한 결과물이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말한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하고 싶어하는 일이 무엇인지 분석해봤습니다. 그 결과 두 가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죠. 바로 쇼핑과 제주도 방문이었습니다. 대다수 관광객은 선(先) 제주도 방문, 후(後) 쇼핑 코스를 선호하더라고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씀씀이가 큰 요우커들답게 한번 쇼핑을 하면 엄청난 짐이 발생하죠. 그것을 모두 들고 제주도로 이동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주도로 가기 위해선 인천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상당히 귀찮은 일이죠.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제주쾌선’이었습니다. 인천에서 바로 제주도로 이동할 수 있다 보니 요우커들의 반응도 괜찮았습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며 제주쾌선 서비스를 준비했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숫자 ‘8’을 활용해 제주쾌선의 편명을 ‘8898편’, ‘8989편’으로 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 결과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내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중국 일간지 ‘환구시보’로부터 ‘최우수 전략경영 항공사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 초에는 중국 베이징 현지 유력 일간지인 ‘경화시보’로부터 ‘베이징 시민이 선호하는 여행브랜드’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아시아나항공이 개최한 명동 걷기 행사 현장 모습. 현장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이 일일 가이드로 변신해 명동 일대를 소개하고 있다.지난해 7월 아시아나항공이 개최한 명동 걷기 행사 현장 모습. 현장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이 일일 가이드로 변신해 명동 일대를 소개하고 있다.


‘베이징 시민이 선호하는 브랜드’ 선정
이처럼 아시아나항공은 공격적인 중국 시장 확대 전략을 펼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특히 저가항공사(LCC)들의 중국 시장 공략이 본격화되면서 어려움은 더해져만 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불거진 ‘메르스 사태’는 아시아나항공에 직격탄을 날렸다. 실제로 메르스가 창궐한 지난해 2분기 아시아나항공은 61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제주항공이 9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에 비춰보면 아시아나항공이 입은 타격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이때부터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시장 전략을 새로 짜기 시작한다. 기존 개별 관광객 시장을 뛰어넘어 또 다른 먹거리 창출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시아나항공은 해답을 제시한다. 바로 기업 대상 단체 요우커 유치였다.

관련기사



지난해 7월 16일 아시아나항공은 메르스로 침체된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 중국과 한국 관광업계 관계자들이 함께하는 명동 걷기 행사를 진행했다. 중국에서 온 현지 여행사 사장단, 언론인, 파워블로거 등 약 200여 명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명동의 주요 상점과 관광명소를 둘러봤다. 특히 이 행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조규영 아시아나항공 여객본부장 등이 참석해 일일 가이드로서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당시 조규영 아시아나항공 여객본부장은 “서울을 찾는 중국인의 73%가 방문할 만큼 대표적인 인기 관광지인 명동에 예전처럼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이러한 행사를 진행한 표면적인 이유는 메르스 종식 선언과 더불어, 발길이 끊긴 요우커들을 다시금 불러모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시 행사가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아시아나항공 전략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박상범 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말한다. “당시 한국을 찾은 200명의 방문객 중 150명이 중국 여행사 사장단이었습니다. 물론 관광객 유치를 위해 여행사를 공략하는 건 당연한 선택이죠. 하지만 당시 행사의 주체가 공공기관이 아닌 아시아나항공이라는 민간기업이었다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을 찾는 요우커들의 대다수는 단체 관광객입니다.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단체 관광객을 모객하는 여행사들과 직접적인 소통이 필요했을 겁니다. 여행사가 자체 여행상품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항공편 선택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점에도 주목했겠죠. 저가항공사의 공세가 거세진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이 단체 요우커에 커다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고 봅니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은 행사 5개월 후인 지난해 12월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취날’과 전략적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를 통해 취날을 이용하는 중국 고객들에게 항공편 검색부터 예약·결제·발권 등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국내 항공사가 중국 현지 여행업계 1위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것은 아시아나항공과 취날의 사례가 최초였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2월 발효된 한·중 FTA 이후 활발해질 경제 교류에 주목했다. 비즈니스 목적의 대규모 중국 기업인 방문이 늘어날 것으로 판단했다. 다행히도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꾸준히 중국 시장을 공략하며 경쟁사에 비해 폭넓은 현지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를 활용한다면 분명히 길이 열릴 수 있다고 확신했다.

안병석 아시아나항공 중국지역본부장은 말한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했습니다. 우선 중국 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아시아나항공이 이른바 마이스(MICE)* 전문 항공사라는 인식을 심는 데 주력했습니다. 다양한 마케팅 활동도 펼쳤죠. 국내에서도 한국관광공사와의 협력관계를 강화하며 중국인 단체 방문객 유치를 위한 물밑 작업도 진행했습니다. 무엇보다 저희는 그동안 축적된 중국 현지 네트워크가 큰 힘을 발휘했다고 평가합니다. 이번 중마이그룹 방문 이전에 있었던 아오란그룹, 맥도날드 중국법인 단체 관광은 실질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현지 네트워크가 힘을 발휘한 대표적 사례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중국 내 다른 기업들과도 단체 관광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중국 내 다른 기업들과도 단체 관광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대규모 요우커 유치해 ‘진풍경’ 연출도
아시아나항공이 유치한 중국 기업 단체 관광객들은 국내 경기 활성화에도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대규모 치맥(치킨과 맥주)·삼계탕 파티와 같은 진풍경을 연출하며 국내외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기도 했다.

지난 3월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방한한 중국 광저우의 화장품·의료기기 유통기업 아오란그룹의 임직원 4,500여 명은 인천 중구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서 단체로 ‘치맥’을 즐겼다. 이날 행사는 그야말로 ‘진기록’ 잔치였다. 600m 남짓한 거리에 캔맥주가 세팅된 8인용 테이블 550개가 늘어섰다. 준비된 캔맥주는 무려 4,500개로 무게로 환산하면 약 2톤에 달했다. 캔맥주를 탑으로 쌓으면 765m 높이가 되는데, 이는 인천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송도 동북아트레이드타워(306m)의 2.5배, 강화도 마니산(469m)의 1.6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방문객들이 먹은 치킨의 양도 어마어마했다. 이날 소비된 치킨은 모두 3,000마리였다. 인천 시내 치킨가게 50여 곳이 동원돼 하루종일 치킨을 튀겼다.

특히 아오란그룹 방문객들은 면세점에서 ‘큰손’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지난 3월 31일부터 이틀에 걸쳐 서울 용산구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을 방문한 아오란그룹 임직원들은 화장품, 액세서리 등을 구매하는 데 거리낌 없이 지갑을 열었다. 신라아이파크면세점에 따르면 양일간 매출은 3월 하루 평균 매출 대비 230% 증가했다. 품목별로 보면 패션·액세서리는 195%, 화장품은 230% 증가했고 시계와 보석은 무려 370%가량 급증했다.

같은 날 아오란그룹 방문객들이 찾은 갤러리아면세점63의 매출액 역시 평균 2배 이상 늘어나 개장 이래 최고 매출액을 기록했다. 화장품과 향수 매출이 평소 대비 200% 이상 증가했고 시계 역시 4~5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은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지난 5월 4일부터 13일까지 4회에 걸쳐 한국을 방문한 중마이그룹 단체 관광에서도 나타났다. 아시아나항공은 중마이그룹 임직원들의 방한 과정에서 해당 노선의 일부 항공편을 소형기종에서 대형기종으로 전환하는 등 편안한 하늘길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한국을 찾은 6,400여 명의 중마이그룹 임직원들은 방문 기간 동안 서울 시내 16개 호텔에 머물면서 한류 문화를 체험했다. 동대문, 경복궁, 남산한옥촌, 명동 등 서울 주요 명소와 에버랜드, 임진각, 평화공원 등 수도권 일대 주요 관광명소도 방문했다. 백미는 서울 반포 한강공원에서 열린 대규모 삼계탕 파티였다. 당시 관광객들은 다소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삼계탕과 전통주를 곁들인 한식 한 상을 즐겼다. 4,000그릇이 넘는 삼계탕 때문에 행사장뿐 아니라 인근 지역까지도 구수한 삼계탕 냄새가 진동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아시아나항공의 중국 기업 고객 유치 전략은 국내 내수 시장의 활성화에도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내 다른 기업들과도 단체 관광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안병석 본부장은 말한다. “중국 내 대형 단체 여행객 수송 메인 항공사로 선택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꾸준히 한·중 간 하늘길을 열며 양국의 가교 구실을 충실히 수행해온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노선 확대, 항공기 증편뿐 아니라 차별화된 서비스로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외항사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 마이스(MICE) :
기업회의(Meeting), 인센티브 관광(Incentive Travel),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의 첫 글자를 딴 신조어로 국제기관 및 기업의 회의, 전시사업을 일컫는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김병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