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코셔 인증 외면...머나먼 K푸드 세계화

할랄보다 인증 엄격...무슬림들도 섭취 가능해

美, 유럽 등 제품확산 속 차세대 식품격전지로

한국은 인증 제품 전무...시장 선점 놓칠수도





#. 지난 3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재무장관회의를 앞두고 기획재정부에 때 아닌 비상이 걸렸다. 유대교도인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을 위해 코셔 인증을 받은 식당을 섭외해야 했지만 좀처럼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셔 인증을 획득한 간편식이나 식품 역시 시중에서는 구할 수 없어 기재부 공무원들은 진땀을 흘려야 했다.


국내 식품업계가 K푸드 세계화를 목표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정작 차세대 식품시장으로 불리는 코셔 인증은 외면하고 있다. 이슬람율법에 따라 만든 할랄 인증보다 시장 규모가 작다는 게 가장 큰 이유지만 이대로라면 글로벌 식품기업에게 코셔 시장의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지난 2012년 ‘오천년의 신비 명품 천일염’으로 코셔 인증을 획득했다. 하지만 이후 갱신을 신청하지 않아 자격이 박탈되는 바람에 현재 코셔 인증 제품이 전무한 실정이다. 오뚜기·농심·SPC 등은 아예 코셔 인증을 받은 적이 없고 국내 최초로 코셔 인증을 받은 대상도 아직까지 제품이 소금, 미역, 김치 등 7종에 불과하다.

코셔(kosher)는 히브리어 카슈르트(Kashrut)의 영어식 표기로 ‘적당한’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이슬람율법에 따라 제조한 식품에 할랄 인증을 부여하는 것처럼 유대율법에 따라 엄격하게 만들어진 제품만 코셔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코셔는 할랄에 비해 더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기 때문에 할랄의 상위 식품 인증으로 통한다. 이 때문에 유대인들은 할랄 제품을 섭취할 수 없지만 무슬림들은 코셔 식품을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시장조사업체 루비컴에 따르면 글로벌 코셔 시장의 규모는 2,500억달러로 할랄 시장(2조3,000억달러)의 10분의 1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코셔가 할랄보다 더 엄격하게 제조된 건강식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매년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기존 무슬림뿐만 아니라 채식주의자도 코셔 제품을 선호하고 있어 차세대 식품 시장의 격전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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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글로벌 식품업체를 앞세운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코셔 인증에 주목해왔다. 영국은 2000년부터 민간 코셔 인증기관을 대대적으로 유치하고 코셔 제품 확산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유럽 최대 유통업체 테스코에서는 전체 식음료 제품 중 코셔 제품의 비중이 30%에 이른다.

세계 최대 식품시장인 미국에서도 코셔 시장의 성장세가 매섭다. 2014년 기준 식음료 신제품의 절반이 코셔 인증을 받았고 코셔 제품의 연평균 성장률은 12%로 아시아 식품의 2배에 달한다. 코카콜라, 네슬레, 펩시, 도미노, 코스트코 등은 별도 전담부서까지 두고 코셔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코셔 시장의 중요성이 부각되자 우리 정부도 뒤늦게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지난 4월 코셔 인증 획득과 제품 개발을 위한 가이드북을 발간했고 농림축산식품부는 3월 한국식품연구원에 할랄 및 코셔 인증을 지원하는 식품수출지원센터를 열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대교도를 위한 음식이었던 코셔 제품이 ‘건강하고 안전한 음식’의 대명사로 자리잡아가는 추세”라며 “최근에는 중국 식품업체들도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기 위해 코셔 인증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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