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구멍뚫린 청약제도, 편법·불법 부추긴다] 투기세력들 편법 청약사례 보니

<상> 사전검증 기능 없는 인터넷청약

허위로 가점 높여 당첨후 분양 포기

대행사와 짜고 미계약 물량 빼돌려

특정인에 전매, 프리미엄 절반 챙겨

인터넷 청약 때 가점 증빙서류 요구 안해

당첨후 부적격자 분류도 분양사무소 전담

적발된다해도 3개월 신청제한 '솜방망이'





# 울산 아파트 분양 현장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사건이다. 내용은 이렇다. 떴다방 등 투기세력들이 허위로 가점을 높여 청약신청서를 작성해 당첨된 뒤 가점의 진위를 확인하는 계약 단계에서 분양을 포기해 고의로 미계약 물량을 만든 것이다. 이때 절차대로라면 미계약 물량은 예비당첨자들에게 추가로 분양돼야 한다. 하지만 이들 떴다방 업자는 분양대행 업체와 손을 잡고 미계약 물량을 빼돌린 뒤 미리 물색해둔 사람 명의로 계약을 했다. 떴다방 업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아파트를 분양한 뒤 전매할 경우 예상되는 프리미엄의 절반을 수수료로 챙겼다.


문제는 이 같은 편법·불법 청약이 전국 어느 현장에서나 가능하다는 점이다. 인터넷 청약 신청 과정에서 가점을 증명할 증빙서류가 필요 없는데다 허위로 가점을 기재해도 당첨 이후 계약 체결 과정에서나 체크할 수 있다. 또 계약 단계에서 가점 체크도 현장 분양사무소(건설사)가 전담하는 구조이다 보니 불법·탈법이 발생할 여지가 다분한 셈이다.

◇허위로 가점 기재해도 당첨 가능=현재 전용 85㎡ 이하 민영 아파트의 경우 물량의 40%는 가점제로 청약이 진행돼 가점 순으로 우선 배정되고 있다. 하지만 떴다방뿐 아니라 일반 개인들도 인터넷 청약 신청 때 허위로 가점을 높게 기입해도 일단 당첨은 이뤄진다.

이유는 현행 청약제도를 보면 인터넷 청약을 접수하는 ‘아파트 투유’에서는 가점을 기입할 때 관련 서류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가점을 허위로 작성해도 아파트 추첨까지는 아무런 문제 없이 진행되는 셈이다. 정확하게 가점을 기재하면 오히려 당첨이 안 될 수도 있다.

덧붙여 당첨 이후 청약 가점 서류 확인과 예비당첨자 추첨 진행을 분양사무소가 전담하는 것도 허점이다. 법적으로는 예비당첨자에게 미계약분을 우선 배정하기로 돼 있으나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분양사무소 등에서 요식으로 하거나 아예 건너뛰어도 파악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가점이 틀려 부적격으로 판명 났더라도 사업자가 금융결제원에 통보하지 않으면 계약이 가능하다”고 실토했다.

관련기사



금융결제원의 한 관계자는 “가점제 당첨자에 대한 서류 확인과 부적격자 분류, 예비당첨자 추첨 진행 등은 분양사무소에서 전담하고 있으며 마무리된 후 보고만 받고 있다”며 “사업주체가 걸러내지 않으면 사실상 잡아낼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허위 서류 작성이 적발될 경우 주어지는 벌칙도 매우 미약하다. 현행법에 따르면 단 3개월만 신청 제한이 주어진다. 즉 허위로 가점을 기재해 적발돼도 3개월만 지나면 청약이 가능하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4년 6월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부적격 페널티를 2년에서 3개월로 단축한 바 있다.

◇허술한 특별공급 ‘물딱지’ 제도도 문제=이뿐만이 아니다. 허술한 특별공급 제도도 문제다. 특별공급이란 전용 85㎡ 이하 민영주택 공급 시 전체 가구 수의 약 20~30% 정도를 장애인, 다자녀, 신혼부부, 노부모 부양자 등에게 우선 청약권을 주는 제도다. 이들 특별공급 물량 청약은 1·2순위에 앞서 실시된다.

문제는 이 같은 특별공급 물량이 속칭 ‘물딱지’로 거래되고 있는 점이다. 물딱지란 특별공급으로 당첨된 물건으로 아직 동·호수가 확정되기 전이다. 이들은 일반공급 발표 이전부터 프리미엄이 수천만원씩 붙어 거래되며 분양권 시세를 이끈다.

또 이 같은 특별공급 당첨이 확실시되는 청약통장은 수백~수천만원에 사고파는 게 업계의 공공연한 관행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특별공급도 전매제한 등 거래조건이 일반공급 아파트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특별공급에 대해 일반공급과 달리 전매제한 기간을 설정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며 “타 지역에서 점프해오는 특별공급 통장을 막기 위해 거주기한 제한을 더 늘리는 등의 보완책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거래는 대부분 중개인을 끼고 이뤄지는 만큼 그 중개인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엄중할 필요가 있다”며 “엄중한 거래 단속과 제도의 전면 개선 등 투트랙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권형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