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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기자의 Travelogue] '외국관광객에 엽기 한식' 국내 보고서는 '자기비하'

외국인 의전관광 전문여행사라는 코스모진여행사가 최근 보도자료를 냈다. 이 회사의 관광 R&D 연구소가 외국인 782명을 대상으로 ‘비호감 한국 음식’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보도자료 제목이 ‘외국인 관광객, 한국 엽기 음식 1위는 게장’이다.

게장이 ‘엽기 음식’이라니…, 한국 여행사가 그것을 대놓고 언론에 배포하다니…. 이 회사의 설명은 이렇다.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와 음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음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란다. 이 회사가 조사한 ‘비호감 한국 음식’에는 청국장·산낙지·도토리묵·번데기 등이 꼽혔다.

기자의 생각은 다르다. 음식이라는 것은 국가와 민족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런 풍토와 재료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당연히 불편할 수도 있다. 보통의 한국 사람이 중국 음식이나 아프리카 음식을 쉽게 먹기 힘든 이유다. 여행 담당인 기자도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지역 음식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외국인으로서 당연한 이유다. 문제는 외국인들에게 있지 해당 지역 음식과는 상관없다. 가까운 예로 중국 베이징의 왕푸징 거리에는 애벌레나 전갈·불가사리·왕거미 등을 조리해 파는 노점들이 줄지어 있다. 관광객들은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한번 먹어보곤 한다. 당연히 그것도 여행의 별미다. 한국 여행기에도 종종 별난 음식으로 소개되지만 중국인들에게서 이들 음식이 ‘엽기적’이니 단속해야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소중한 그들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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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우리 경제에 중요하기 때문에 이들을 반겨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더라도 우리 정부나 업계의 저자세는 지나친 점이 있다. 자기비하로까지 이어지면 곤란하다.

또 다른 경우가 외국인 관광객들이 타고 다니는 전세버스다. 서울은 이들 전세버스로 곳곳에서 교통체증이 일어난다. 주요 면세점 앞은 거의 전쟁터다. 저개발 국가가 아닌, 기자가 방문한 선진국들의 수도가 외국인 관광객들의 전세버스로 몸살을 앓는 경우는 없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관광버스의 시내 진입을 금지한다. 단체관광객들의 불편함은 도심 교통의 원활함보다 우선순위에 있지 않다.

중국인이든 일본인이든 아니면 서양인이든 이들이 한국 관광을 오는 것은 나름대로 얻을 것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해외여행을 하는 이유와 같다. 우리는 제대로 사는 모습만 보여주면 된다. 바로 한국적인 모습이다. 관광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 관광산업은 해당 국가 국민 모두가 어느 정도는 관계돼 있다. 이는 국민의 광범위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관광객 환대에 앞서 우리 생활에 불편한 점을 개선하는 것이 먼저다. 살기 좋은 나라는 여행하기도 좋다. /chsm@sedaily.com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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