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은의 당기순이익은 2년째 1조원을 경신했고 리스크 관리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간자본(보통주 기준 44.8%)이 들어와 있다 보니 수익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정부도 기은의 능력치를 벗어나는 중기 지원을 주문하기는 어렵다.
반면 정부 지분 100%의 국책은행 산은은 ‘부실 공룡’이라는 비판에 허우적대고 있다. 15일 감사원이 발표한 ‘금융 공공기관 출자회사 관리실태’를 보면 대기업에 막대한 자금을 대는 산은은 은행의 가장 중요한 업무인 주거래기업에 대한 ‘워치독(감시견)’ 기능을 잃어버렸다.
감사원에 따르면 대우조선 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기업의 부실회계를 적시에 파악하지 못해 구조조정 적기를 놓쳤다. 2013~2014년 대우조선은 원가를 과소 산정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크게 부풀렸지만 산은은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 대우조선 실적악화의 가장 큰 원인이 된 해양플랜트 저가수주 과정에서도 산은은 눈을 감고 있었다. 산은 출신인 대우조선 재무책임자(CFO)는 이사회에 참석하면서도 대우조선의 무분별한 자회사 설립 등을 통제하지 못했다.
이러다 보니 국내 기업 구조조정의 가장 큰 틀인 ‘산은 주도 구조조정’에 대한 불신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시중은행 여신임원들은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대우조선 살리기’로 방향을 잡을 때부터 “산은이 금융위원회에 제시한 대우조선 실태 리포트가 과연 제대로 된 것이냐”는 의문을 제시해왔다. 아니나 다를까. 총선용으로 급조된 대우조선 지원안은 불과 6개월 만에 재논의됐다.
전문가들은 산은 개편 논의가 다시 불거져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장 민영화나 기업공개(IPO)는 불가능하지만 차기 정권 출범 과정에서 산은을 포함한 정책금융의 밑그림이 다시 그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결국은 민영화라는 흐름이 맞지만 현재의 산은은 팔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라며 “차기 정권이 산은 지배구조 변화를 포함해 정책금융 개편에 대한 밑그림을 공약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홍우·박경훈기자 seoulbir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