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신용카드 소득공제 재연장 - 반대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카드소비 정착…도입 목표 이미 달성

올해 말 종료를 앞둔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를 다시 연장하자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몰 기한을 5년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신용카드 사용액이 한 해 총 급여액의 25%를 초과하는 경우 초과분에 대해 15%, 최대 300만원까지 과세를 위한 총소득액에서 공제해주는 이 제도는 1999년 3년간 한시 운용을 조건으로 도입했지만 지금까지 여섯 차례나 기한이 연장됐다. 소득공제 연장 찬성 측은 제도가 폐지되면 근로소득자의 세 부담이 커져 내수 위축으로 이어지는데다 세원 투명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근로소득자와 개인사업자와의 조세 형평성에 대한 불만이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이미 카드 사용이 일상으로 자리 잡아 현금을 예전처럼 많이 사용할 가능성이 적어 세원 확보에 어려움이 없고 이 제도가 정작 서민 세 부담을 줄이는 데도 미흡해 폐지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1999년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 도입은 당시 거래의 증빙자료를 남겨서 과세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자영업자들의 소득탈루를 방지하는 것이 기본적인 정책목표였다. 즉 현금매출 누락에 의한 사업소득의 과소 신고를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자영업자 세무조사를 강화하는 대신 신용카드 사용자인 소비자에게 적절한 세제 인센티브를 부여해 신용카드 거래를 활성화시키자는 당시로서는 매우 신선하고 획기적인 정책이었다. 이와 동시에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수혜자를 근로소득자에 한정해 근로소득세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대상자를 근로소득자로 한정한 이유는 소득이 그대로 노출돼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근로자들과 소득파악이 쉽지 않은 자영업자들 사이에 형평성을 고려한 조치이기도 하다.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처음 도입될 당시에는 3년간의 한시적 적용을 목표로 했지만 1998년 30조원에 불과했던 신용카드 소비지출금액은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도입된 후 2002년까지 급격히 증가해 174조원에 달했다. 이에 따른 제도 연장으로 신용카드 사용액은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4년 501조원에 이르렀다.


그런데 신용카드 사용액의 증가추세는 2011년 이후 점차 꺾이는 추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05년 260조원이었던 사용액이 2011년 440조원까지 늘었지만 이후 3년 동안 60조원 증가에 머물렀다. 이제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율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추세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애초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의 취지가 소비자들의 카드사용을 장려해 숨겨진 세원을 발굴하자는 데 있었는데 이제는 2,000∼3,0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구입할 때도 자연스럽게 카드로 계산할 정도로 카드사용 소비문화가 정착됐기 때문에 제도 도입의 취지를 충분히 달성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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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후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의 일몰이 도래할 때마다 재연장 여부를 놓고 논쟁이 일었다. 그런데 논쟁의 초점이 자영업자 소득의 양성화 효과보다는 근로소득세 경감 효과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16년 이상 유지되면서 대표적인 서민지원 세제로 인식됐고 이 제도를 폐지하면 당장 서민증세라는 인상을 줘 근로자들의 반발을 산 것이다. 이러한 논쟁은 사실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애초에 근로자의 세 부담 경감은 부수적인 기대효과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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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도가 폐지되면 소비자들의 카드사용이 줄어들어 자영업자들의 세금탈루가 늘어날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세금혜택이 없어지게 되면 소비자들 입장에서 카드사용 유인이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과 더불어 거래기록을 남긴다는 측면에서도 카드 사용의 장점이 있는 만큼 카드사용 소비문화가 급작스럽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자영업자들도 기존 카드 사용으로 국세청에 노출된 거래정보를 다시 감추는 것의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무조건 현금거래를 유도할 수만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폐지한다고 해도 당장 세원이 크게 축소될 것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이와 함께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정말 대표적인 서민지원 세제인지 묻고 싶다. 오히려 한계세율이 높은 고소득 근로자에게 훨씬 유리한 제도다. 2015년 과세표준이 1,200만원 미만으로 한계세율이 6%인 저소득 서민 근로자들의 경우 평균적으로 12만원의 세금혜택을 봤는데 과세표준이 8,800만원을 초과해 한계세율이 35%인 고연봉 근로자의 경우 96만원의 세금절감 혜택을 입었다. 소득이 높아 카드사용을 많이 했을 뿐인데 여덟 배에 달하는 절세효과를 누리는 것이 과연 형평성 측면에서 좋은 제도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폐지해도 근로자의 세금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기부금 세액공제율을 올린다든지 연금저축 공제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근로자들의 소비를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정책이 단지 결제수단으로 신용카드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세금혜택을 주는 것보다는 더욱 효율적인 정책이 될 것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폐지하면 연간 2조원의 추가 세수를 기대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현재 이 제도를 폐지할 경우 정부가 늘어난 세수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토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이를 서민을 위한 복지재원으로 활용한다고 하면 기꺼이 폐지를 찬성하는 국민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1998년에 정책당국이 매우 똑똑한 제도를 고안했던 것처럼 이제는 달라진 상황을 고려해 좀 더 세련되고 효과적인 세원 발굴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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