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기업

"방만 경영 대수술"...금융위 9월 '산은 혁신안' 내놓는다

이달 '산은 혁신위' 꾸려 7~8월 동안 집중진단

외부 전문가 포함시켜 구조조정 역량 대폭 강화

집행부행장·지점 축소 등 조직 슬림화에 중점

일각선 "당국 입김 여전...산은 체질 바뀔지 의문"



대우조선해양 부실 방조로 감사원의 질타를 받은 KDB산업은행에 대한 수술이 본격화된다. 금융위원회는 ‘감사원 지적 사항+α’를 목표로 7~8월 심층 진단 작업을 한 뒤 9월께 산은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인력 감축이나 조직 개편은 물론 방만한 조직 문화도 뜯어고치겠다는 것이 금융 당국의 복안이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16일 “이달 중 산업은행 체질 진단을 위한 혁신위원회를 꾸려 7월과 8월 두 달 동안 대대적인 진단에 나설 계획”이라며 “진단 결과를 토대로 조직 개편 등을 포함해 산은에 대한 본격적인 수술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위는 금융 당국과 산은 내부 실무진은 물론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로 구성, 두 달여 동안 산은에 대한 전면 실사에 나선다.

산은 체질 개선과 관련, 금융 당국의 방향은 두 갈래로 나뉜다. 우선 기업 구조조정 업무의 전문성과 효율성 강화가 첫 번째 목표다. 금융위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도 드러났듯 최근 산은이 구조조정 업무의 전문성이 없다는 여러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며 “다만 조직이나 인력 측면에서 산은을 대체할 만한 곳이 없는 만큼 산은의 구조조정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최고경영자 초청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산업은행의 기능을 포기할 수는 없다. 잘못된 점을 고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부문은 인력 확대와 더불어 역할 재조정 작업도 병행될 예정이다. 당장 지난해 구조조정본부에서 올해 초 구조조정부문(부행장급)으로 격상된 만큼 부행장 산하에 본부장급 간부가 1명 추가된다. 또 타 권역의 일반 직원도 구조조정부문으로 이동해 현재 120명의 인력을 150여명 안팎으로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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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오른쪽) 금융위원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6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대한상의 주최로 열린 최고경영자(CEO)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각자 생각에 잠겨 있다.   /권욱기자임종룡(오른쪽) 금융위원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6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대한상의 주최로 열린 최고경영자(CEO)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각자 생각에 잠겨 있다. /권욱기자


기업금융부문과 구조조정부문 간의 칸막이도 대폭 없앨 것으로 보인다. 올 초 조직 개편으로 구조조정부문과 기업금융부문의 최고 책임자 급이 부행장으로 같아졌다. 그러나 이 부분이 오히려 원활한 교류에 장애가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금융부문에서 정상적인 기업을 관리하다가 부실이 발견된 후에야 구조조정부문으로 이관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과거처럼 기업금융부문과 구조조정부문의 조직을 통합하지는 않더라도 양 부문 간 정보와 인력을 수시로 교류하도록 하는 방안이 강구된다. 자금을 댄 기업의 부실을 선제적으로 찾아내고 업무 연관성을 높여 조기 구조조정에 돌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또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기업구조조정 특별보좌단’을 회장 직속으로 두고 시장의 객관적 의견을 구조조정 업무에 반영하는 한편 산은 내부적으로도 업종과 경제에 대한 분석 역량을 키울 방침이다. 개별 산업에 대한 전망을 내놓는 산업분석부와 경제 전반을 내다보는 조사부를 통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재 산업분석부는 심사평가부문 직할, 조사부는 미래통일산업본부 산하로 각각 쪼개져 있다.

전체 조직의 슬림화도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조조정 역량은 강화하되 조직 문화를 포함한 방만한 성향을 뜯어고치겠다는 게 당국의 목표다. 우선 현재 10명인 집행부행장을 올해 말까지 9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책기획부문과 경영관리부문 등 조직을 관할하는 업무가 한 곳으로 통일되거나 투자은행(IB) 기능을 축소하기로 한 데 따라 자본시장부문이 본부로 급을 낮추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 5년 동안 단계적으로 전체 정원을 10%가량 감원하고 현재 82곳의 지점 역시 2020년까지 74곳으로 줄일 계획이다. 또 비금융자회사에 대한 임직원의 재취업 심사를 대폭 강화해 사실상 낙하산을 근절하겠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다만 이 같은 방안이 실제로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산은의 체질을 바꿔놓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인력을 줄이고 조직도를 다시 그리는 것이 산은의 역량을 키우는 핵심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조조정 역량만 놓고 보더라도 산은의 전문성이 높아지더라도 결국 금융 당국의 입김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정책금융 기능과 구조조정 기능을 확실히 분리한 후 정부는 정책금융 업무에 대해서만 관여하고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확실한 결정권을 주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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