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청년실업 문제, 정녕 해답은 없나

조영제 한국금융연수원장

얼마 전 ‘국제시장’이라는 영화가 관객을 사로잡았다. 1960년대, 세계 최빈국으로서 외화벌이가 급했던 시절 이억만 리 국제 노동판에 뛰어들어 치열하게 싸웠던 우리 선배 세대의 이야기는 그 시절을 겪었던 노년층뿐 아니라 풍요 속에 배고픔을 모르고 자라온 젊은 층에까지 숙연한 감동을 줬다. 당시에는 일자리만 있다면 가난의 굴레를 벗기 위해 국내든 해외든, 막장이든 전쟁터든 가리지 않고 마구 뛰어들었다. 구로공단을 비롯한 주요 대규모 공단 지역은 전국에서 올라온 청소년들로 넘쳤고 경부고속도로를 비롯해 공사판이 있는 곳이면 ‘막노동’ 자리라도 얻기 위한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그날 벌어 그날 먹고사는 삶이었기에 쥐꼬리만 한 품삯도 단물처럼 느껴졌다.


이후 노동집약적 시대가 가고 자본 축적과 기술력 향상이 이뤄지면서 대한민국은 세계가 부러워할 초일류 정보통신국가가 됐다. 벤처 붐이 일고 다양한 창의력이 중시되는 산업 생태계가 형성되면서 노동시장 구조도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 한정된 분야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똑같은 제품을 다량으로 만들어 팔던 시기에는 ‘소품종 다량의 노동력’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창의력을 가진 소수의 엘리트들이 혁신적인 상품을 만들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다품종 소량의 노동력’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하지만 결국 이 같은 산업 생태계의 변화는 오늘날 풀기 어려운 청년실업 문제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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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은 과거 노동집약적 사회와 달리 한정된 직역에서 소수의 엘리트만 뽑는 구직시장의 현실을 접하면서 세상 그리 녹록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고 스스로 ‘몸값’이 있다고 믿는 젊은이들은 노동집약적 사회에서나 갔을 법한 일자리에는 가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중저가 노동시장은 동남아에서 온 인력들이 차지하고 있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할 미래에는 지금 있는 일자리마저 대폭 사라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른바 일자리 위기의 시대가 다가오는 것이다.

오늘날 청년실업 문제의 해결은 실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됐다. 그렇다고 현실을 마냥 외면할 수는 없다. 분명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노동력의 자유 이동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동개혁, 새로운 노동수요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인적자원의 질을 높여 효과적으로 공급하는 안정적 산학협동체제 구축 등 우리가 짜낼 아이디어가 있다면 뭐든지 짜내야 한다. 지금은 정부도 정치권도 한국 젊은이들의 앞날을 보면서 진정으로 위기의식을 느낄 때다.

조영제 한국금융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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