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롯데家 형제 운명 가를 3가지…신동빈 실적·호텔롯데 상장·국적논란

25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

롯데케미칼 비자금 의혹 사실땐 신동빈 회장 경영성과 타격

호텔롯데 상장 시기 불투명…종업원지주회 설득작업도 난항

"롯데는 한국기업" 발언에 사상 첫 검찰수사로 日 주주 민감





오는 25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앞두고 롯데가(家) 형제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한번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롯데그룹 전체의 지주사 격인 곳으로 이 회사를 장악하면 사실상 롯데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은 각각 지난 16일과 12일 일본으로 가 도쿄에 머물며 주총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종업원지주회 포섭 여부를 승부처로 보고 각각 공방을 준비하고 있다. 롯데홀딩스 지분 27.8%를 가진 종업원지주회는 7월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두 차례 주총에서 모두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롯데그룹 측은 이번에도 이변이 없는 한 승부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검찰 수사가 돌발변수로 등장한 만큼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번 주총을 가늠할 변수들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 변수는 신동빈 회장이 내세웠던 한국 롯데의 경영성과다. 신동빈 회장이 차남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롯데그룹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공격적 인수합병(M&A)을 바탕으로 그룹의 외형을 불린 분명한 성과가 있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신동빈 회장이 직접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 롯데케미칼의 경우 지난해 1조3,357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영업이익을 내며 일본 주주들에게 합격점을 얻었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 중인 비자금 조성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독보적인 경영실적에도 흠집이 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해외에서 원료를 사오는 과정에서 대금을 과다 계상하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마련하는 창구 역할을 했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이에 대응해 “불법 비자금 조성은 사실과 다르다”고 맞불작전을 펴 이탈 주주를 잡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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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롯데의 연내 상장이 사실상 어려워진 점도 변수로 꼽힌다.

호텔롯데는 상장 과정에서 롯데홀딩스 자회사인 L투자회사가 보유한 일부 지분을 처분해(구주매출) 최대 1조6,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이렇게 확보한 자금의 일부는 130여명 안팎의 부장·과장급 직원들로 구성된 종업원지주회에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호텔롯데 상장 시점이 불투명해지면서 신동빈 회장의 설득작업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자신이 경영권을 차지할 경우 종업원지주회 구성원에게 1인당 25억원을 나눠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그룹이 사상 처음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일본 주주들이 롯데의 국적 논란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해 신동빈 회장의 “롯데는 한국 기업”이라는 발언에 이어 한국에서 벌어들인 부(富)가 일본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면서 롯데홀딩스 일부 주주 사이에서는 “수십년 동안 일본에서 했던 노력이 부정되는 상황에 몰렸다”고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만큼 이번 주총에서는 기존 결과를 뒤엎는 사건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9월, 12월에 잇달아 치러지는 주총에서는 이런 변수들이 예기치 않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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