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반토막난 연근해 수산자원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





여름밤 퇴근 후 노가리·쥐포와 함께하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은 하루의 고단함을 잊게 만든다. 과거 우리 바다에는 명태와 쥐치가 넘쳐났다. 산처럼 많이 잡힌다고 명태를 ‘산태(山太)’라 부르고 쥐치는 흔해 포를 만들어 먹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재 우리가 먹는 노가리나 쥐포는 모두 수입산이다. 노가리는 명태의 새끼다. 과거 우리는 우리 바다에서 노가리를 마구 잡아들였고 결국 오늘날 우리 바다에서 명태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명태만이 아니다. 어린 갈치인 풀치도 갈치 어획량의 80~90%를 차지하고 있으며 갯장어와 참홍어의 어린 물고기 비중도 80%가 넘는다.

또 어린 물고기를 남획하면서 바닷속에서 성조숙증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참조기의 경우 정도가 심각하다. 지난 2008년 성성숙된 참조기는 1.4세 18㎝ 수준이었지만 2013년에는 0.9세 15.9㎝밖에 되지 않는다. 만 1년도 안 된 참조기가 종족 보존을 위해 산란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어린 물고기를 많이 잡아온 결과 우리 수산자원은 급속히 고갈되고 있다. 1960년대 1,520만톤이던 수산자원량은 지난해 800만톤 정도로 반 토막이 났다. 10년 전 162만톤을 넘던 연근해 어획량은 지난해 106만톤으로 급감했다. 어린 물고기 남획으로 인한 수산자원 고갈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1990년대 이후 유럽에서도 청어 등의 고갈 문제가 큰 이슈가 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유럽 국가들은 함께 모여 수산자원 회복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수산자원을 지속적으로 관리했다. 그 결과 현재 청어 어획량은 이전 수준으로 회복돼 네덜란드를 찾는 여행객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청어(dutch herring)를 즐길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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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시 여러 가지 수산자원 회복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5월부터 개정 시행하고 있는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에 따라 갈치·고등어·참조기·갯장어 등 최근 어획량이 줄고 있는 어종의 어린 물고기 포획이 금지됐다. 또 이번에 신설된 체장(물고기 길이) 제한이나 산란기를 중심으로 한 포획 금지 체장 및 기간에 관한 기준은 어린 물고기 포획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어린 물고기 방류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오는 2020년까지 동해에서 낚은 명태를 우리 국민의 식탁에 올린다는 목표로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 초 어린 명태 2만여마리를 동해안에 방류한 바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부터 황금을 얻으려면 거위가 알을 낳기를 기다려야 한다. 우리는 어린 물고기가 성장해 다시 알을 낳아 증식하는 순환 과정을 기다리고 보살펴줘야 한다. 정부의 노력뿐 아니라 우리 국민의 수산자원에 대한 바른 인식과 행동으로 다시금 우리 바다에서 사라졌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한 물고기가 돌아오는 풍요로운 바다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윤학배 해양수산부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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