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는 나라 전체 법인세의 23%를 담당하던 휴대전화 노키아가 판매 부진을 겪고 전자제품산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경제 전체가 흔들렸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 스타트업에 동력을 쏟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경제 성장 전망은 오히려 어둡다. 2012년부터 시작된 ‘노키아 슬럼프’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비즈니스인사이더는 18일(현지시간)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의 자회사인 BMI리서치가 발간한 자료를 인용해 “향후 수년간 핀란드 경제의 성장세가 정체될 것이며 유로존 안에서 가장 부진한 경제 성장률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BMI리서치는 핀란드의 주요 산업이 위축되고 인구 노령화가 심화되면서 핀란드 경제의 성장 전망이 매우 어두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핀란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 개혁 역시 내수 소비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현재 핀란드 기업들은 수출 경쟁력 저하와 고용시장 경직성으로 인한 업황 악화에 직면해있다.
이에 핀란드 시필라 총리는 2019년까지 전체 임금의 5%를 인하하는 임금 개혁안을 내놓았고, 경제 전반에 걸친 산업 구조조정을 전격 선언했다. 또한 실업보험의 수혜 기간을 500일에서 400일로 축소하는 등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회복지 체계까지 수정하고 나섰다.
그러나 BMI리서치는 핀란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구조 개혁이 핵심 산업의 부진을 상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향후 실업이 증가하고 임금 성장이 정체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럴 경우 내수 소비가 위축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핀란드 경제가 삐걱거리게 된 것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해온 제지산업이 침체되고 휴대폰 제조기업인 노키아가 슬럼프에 빠지면서부터였다. 지난 1997년부터 2007년까지 노키아는 핀란드 GDP의 24% 이상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사업이 어려워지다 결국 2013년 휴대폰 사업 부문을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사에 넘기며 그 명성도 무너졌다. 노키아에 의지했던 핀란드 경제 역시 휘청이게 됐다.
핀란드 사회의 급속한 노령화 역시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BMI리서치는 노동 가능인구가 줄고 노령 인구가 증가하는 것이 핀란드 경제 성장률에 장기적으로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또 핀란드가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어 특정 환경에 대응한 통화나 재정 정책의 적용이 어렵다는 점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핀란드 안에서도 향후 유럽연합에 대한 회의론이 확대될 수 있다고 BMI리서치는 경고했다.
핀란드 정부는 경제 부진의 탈출구로 ‘스타트업 육성’을 꼽고 있다. 이들은 스타트업 육성이 핀란드 산업구조조정의 한 축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핀란드 스타트업 성공의 대표적인 사례가 클래시오브클랜이다. 노키아에서 나온 젊은이들이 세운 슈퍼셀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콘텐츠인데 2013년도에 소프트뱅크 사장이 이 회사를 3조 원 밸류에이션(valuation)에 사갔다. 회사를 만든 지 3년 만에 3조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최근에는 정부가 보유한 기업 지분을 매각해 그 비용을 스타트업의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을 정도로 핀란드 정부는 스타트업에 국운을 걸고 있다. 하지만 핀란드의 스타트업 혁신은 아직은 실험 단계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핀란드가 ‘노키아 슬럼프’에서 계속 허우적거릴지, 아니면 현재 구조조정과 스타트업 육성에 힘입어 새로운 도약을 일궈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인경인턴기자 izzy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