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하에서는 과반 의석의 다수당이 나오지 않을 경우 두 개 이상의 정당이 연립해 연립정부(연정)를 구성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려면 정당 간의 토론과 합의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역과 이념으로 나뉘어 치열하게 싸우던 정당들이 토론과 합의를 바탕으로 순탄히 연립정권을 구성할 수 있을지부터가 의문이라는 것이다.
연정을 구성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국정운영에서 나오는 불협화음을 어떻게 할지가 걱정이다. 예를 들어 A당이 B부처 장관을, C당이 D부처 장관을 맡았을 때 B부처와 D부처의 업무 및 예산 조정이 잘 되겠냐는 걱정도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분권화로 가게 되면 정책 집행의 효율성을 담보하기 힘들 것”이라면서 “한국에는 정책에 의한 정당이 없다. 정당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이합집산한 것을 감안할 때 내각제로 가면 혼란이 더 커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특히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분권화가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 주체에게는 예측 가능성이 가장 중요한데 다당제와 분권화는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힘’을 가진 집권세력이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경제 주체에게는 훨씬 유리한 게 사실이다.
강성진 교수는 “대다수 경제학자는 분권화된 시스템보다는 대통령 중임제를 선호한다”면서 “국회의 합의 문화가 구축돼 있지 않고 경제정책도 정부 주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국 사회가 다당제 정치환경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정치적으로 성숙했느냐도 문제다.
내각제하에서는 군소정당도 연정을 통해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고 따라서 다양한 이념·정책적 지향점을 지닌 정당이 출현하게 될 게 분명하다. 그러나 양당제나 지역당에 익숙한 한국 유권자들은 군소정당의 정부 참여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