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런던서 본 브렉시트 투표 D-2] '英 분열' 부른 캐머런 승부수..."투표 이기든 지든 최대 정치위기"

캐머런 "기여금·이민문제 탈퇴파 주장 허위" 비판

시민들은 "실패한 21세기 총리될것" 냉담한 반응

"英 민심이 캐머런 발목...총리직 낙마 불가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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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선거운동이 19일(현지시간)부터 재개되면서 조 콕스 영국 노동당 하원의원 피살로 잠시 가라앉았던 찬반진영 간 논쟁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특히 여론조사기관들의 찬반조사에서 유럽연합(EU) 잔류가 탈퇴를 앞서나간 데 이어 선거 캠페인도 EU 잔류진영이 탈퇴진영을 압도하는 분위기다. 런던 시내 곳곳에서 브렉시트 찬성 캠페인은 크게 위축된 반면 반대 캠페인은 유럽 각국 시민까지 가세하며 세력을 키워가는 양상이다. 콕스 의원 피살이 여론 흐름을 반전시키면서 양측 캠페인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날 런던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열린 브렉시트 반대집회 참석을 위해 스페인에서 찾아온 하비에르 보테트씨는 기자와 만나 “영국 국민들을 믿는다”며 “투표 결과 EU 잔류로 확정돼 유럽 연대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리스턴대 교수 등 역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10명도 영국 일간 가디언에 서한을 보내 브렉시트 반대 기류에 힘을 보탰다. 수상자들은 서한에서 “브렉시트의 핵심은 경제 문제”라며 “브렉시트가 영국의 경제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EU 탈퇴가 현실화할 경우 영국과 나머지 EU 회원국들은 물론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의 경제 불확실성이 확산될 것”이라며 영국 국민들이 브렉시트 반대 결정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브렉시트 찬성파였던 사예다 와르시 보수당 전 의장도 반대쪽으로 돌아섰다. 그는 입장을 바꾼 이유로 반이민 정서를 자극한 브렉시트 찬성 진영의 포스터를 들었다. 그는 “그 포스터는 내게 한계점과 같았다”며 “고작 캠페인에서 이기려고 외국인 혐오를 퍼뜨리는 게 옳은가”라고 말했다. 영국자동차공업협회(SMMT)와 잉글랜드 프로축구리그(EPL)도 이날 성명과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브렉시트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브렉시트 찬성진영은 영국 자결권을 강조하며 EU 탈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찬성 진영 리더 격인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탈퇴에 투표를(Vote Leave)’ 집회에서 “우리는 EU라는 답답한 체제에 갇혀 있기를 원치 않는다”며 “이번 국민투표를 통해 영국은 통제권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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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찬반 논란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서 가장 공격적으로 포문을 연 것은 브렉시트 저지에 정치 생명을 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다. 브렉시트 반대 진영의 선봉에 선 그는 이날 캠페인 재개와 함께 열린 BBC 주최 공개토론회에서 “브렉시트 찬성진영이 거짓을 근거로 영국 경제를 망치고 있다”며 “이는 국가적 비극”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토론에서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브렉시트 찬성 진영을 향해 날을 세웠다. 그는 EU 탈퇴 진영의 주장을 하나씩 언급하며 ‘완전한 허위’라고 주장했다. 영국 시민들 대다수가 반대하는 터키의 EU 가입과 관련해 그는 “이 사안은 브렉시트 논쟁을 희석시키려는 가장 큰 눈속임”이라며 “서기 3,000년이 돼도 터키의 EU 가입은 불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영국이 EU에 매주 3억5,000만파운드(5,927억원)의 기여금을 내고 있다는 브렉시트 찬성 진영의 주장도 근거가 없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캐머런 총리는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시민들의 가장 큰 화두인 이민자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민자 증대가 불러올 문제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EU 경제가 회복되면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민자들이 영국에서 일자리를 뺏어간다는 생각을 하기 전에 영국이 EU 내에 있음으로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캐머런 총리의 EU 잔류 주장에 대한 영국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방청객은 아돌프 히틀러에 대한 유화정책을 펴 실패한 총리로 꼽히는 아서 네빌 체임벌린 전 영국 총리를 언급하며 캐머런 총리를 ‘21세기의 네빌 체임벌린’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방청객은 쏟아지는 이민자들 때문에 국민건강보험(NHS) 제도가 위기에 처했다면서 EU 잔류 주장이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캐머런 총리가 지난 2월 스스로 브렉시트 국민투표라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데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캐머런 총리의 무리한 도박이 영국 여론을 두 쪽 내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23일 국민투표 결과에 관계없이 그의 정치생명이 위태롭다는 분석도 연이어 제기된다. 만에 하나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브렉시트 찬성파인 존슨 전 시장, 또는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캐머런 총리는 곧 사임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승리하더라도 그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선거운동 기간 분열된 영국 민심이 그의 정치생명에 독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빅토리아 허니먼 리즈대 정치학 교수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캐머런 총리가 왜 당내 분열을 각오하고 국민투표를 선택했는지 의문”이라며 “보수당은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캐머런 총리가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선택한 것은 위험한 도박이었다”며 “정치 행운아로 불려왔던 그가 이번 국민투표를 계기로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런던=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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