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뮤지컬 여름대전' 준비하는 숨은주역 2인

‘페스트’ 음악감독 김성수-'서태지 노래 주크박스 뮤지컬' 기대감 한몸에

‘브로드웨이42번가’ 탭 마스터 권오환-국내 초연 20주년 기념 공연서 '42번가의 상징' 탭댄스 총괄

6월 말부터 시작되는 여름 시즌, 뮤지컬 시장엔 그야말로 뜨거운 ‘대작 경쟁’이 벌어진다. 여름방학과 휴가를 겨냥한 제작사들의 야심작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화려한 무대·조명, 그리고 관객의 환호와는 떨어져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한 여름 대전(大戰)을 준비하는 숨은 주역을 만나봤다.

■김성수, 서태지의 음악을 요리한다


“서태지 원곡 완전 해체...카뮈 소설에 잘 버무렸죠”

전자기술 활용 라이브 연주 등

다양한 음악적 실험 선뵐 계획





카뮈와 서태지다. 두 천재의 만남으로 새롭게 태어날 창작 뮤지컬 ‘페스트’는 알베르 카뮈의 동명 소설에 서태지의 음악을 입혔다. 서태지의 노래만으로 만든 뮤지컬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 관심의 한가운데엔 서태지의 음악을 요리할 음악감독 김성수(사진)가 있다.

“원곡의 완벽한 멜로디가 가장 큰 걸림돌이죠.” 짧게 내뱉은 한마디에서 그간의 고민이 스쳐 지나간다.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인기 뮤지컬의 음악감독으로, 또 밴드 검정치마·메이트의 프로듀서로 많은 작업을 해온 그에게도 서태지의 음악은 ‘손질하기 힘든 원재료’다. “서태지의 노래는 곡 하나하나 귀에 안 들어오는 멜로디가 없어요. 그게 너무 강하다 보니 분위기를 바꿔 편곡하는 작업에 어려움이 많죠.”

김 감독은 페스트 공연이 결정되기까지 3년여의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지인의 제안으로 편곡 데모 테이프를 보냈는데, 원곡자인 서태지가 단박에 ‘이 사람의 음악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러브콜을 보냈다. 긴 제작기간 원작도 대본도 스태프도 수차례 바뀌었지만, 음악감독만큼은 그대로였다. “관객 못지않게 원곡자가 만족하는 결과물을 내놓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는 김 감독은 “서태지 씨가 노래 선곡과 편곡 등에 있어 제작진의 선택을 존중하며 신뢰를 보여줘 편하게 작업하고 있다”며 “스토리와 음악의 개연성이 중요한 주크박스 뮤지컬인 만큼 원곡을 완전히 해체하고 때론 기존의 분위기를 완전히 죽여서라도 공연에 어울리는 음악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페스트에서는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선보일 계획이다. 먼저 20여 명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전자·효과음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음향을 풍성하게 가져가기로 했다. “마음 같아서는 100인조 오케스트라를 쓰고 싶죠. 하하. 연주자 서너 명을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서 전자기술을 활용하기로 했어요. 음향팀에서 녹음된 것을 재생하는 게 아니라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악기처럼 라이브로 연주하려고 합니다.” 풍성해진 음향으로 곡의 분위기도 다양하게 변주할 예정이다. 예컨대 밝은 느낌의 ‘휴먼 드림’은 전자음악으로 밝고 희망찬 느낌을 가져가다 어느 순간 오케스트라 연주로 전환하며 어두운 분위기를 표현하게 된다.


강력한 원재료가 하나도 아닌 둘이다. 부담스러운 요소의 조합인 셈이지만, 김 감독은 “부담을 느낀다고 바뀌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누가 해도 부담인 작품이었을 거예요. 사실 지금은 부담을 느낄 시간조차 없고요. 카뮈와 서태지가 각자의 작품으로 이야기하고자 했던 바를 잘 버무려내는 것, 그리고 관객이 그것을 느껴주는 게 가장 큰 바람입니다.” 7월 22일~9월 30일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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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환, 내 발에 불이 날수록, 무대는 뜨거워진다

“기교 아닌 이야기·감정 담아낸 탭댄스 선보일 것”

피아노 탭댄스·계단 군무 추가

배우 하루 12시간 연습 강행군





배우의 발에 불이 날수록, 무대는 뜨겁게 달아오른다. 무용수 30여 명의 일사불란한 탭댄스는 뮤지컬 ‘브로드웨이42번가’(이하 42번가)의 정체성이다. 발놀림이 빚어내는 화음, 그 화려한 ‘몸의 노래’를 지휘하는 주인공은 권오환(사진). 국내 대표 탭 댄서로 42번가 한국 초연 20주년 공연의 탭 마스터를 맡은 그는 “단순한 기교가 아닌 이야기와 감정이 담긴 또 다른 언어를 선보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42번가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기 뉴욕 브로드웨이를 배경으로 배우 지망생 페기 소여가 꿈의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오프닝과 함께 피날레를 장식하는 화려한 탭 군무는 이 작품의 백미로, 안무가와 별개로 ‘탭 마스터’ 직책을 따로 둘 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권 마스터는 완벽한 무대를 위해 출연진에 대한 교육을 비롯해 탭 댄스 부분 전반을 관리한다. “탭에도 언어처럼 강약을 통한 느낌이 있는데 배우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그저 발을 구르는 고된 동작으로만 알고 있어요. 배우들이 리듬을 느끼고 즐기며 춤추게 하고 싶었어요.” 하루 12시간 이어지는 연습 강행군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는 원동력은 여기 있다.

누군가에겐 그저 기교를 앞세워 발만 구르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 짧은 순간을 위해 배우들이 흘리는 땀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표적인 장면이 이번 공연에 추가된 페기 소여의 피아노 탭댄스 장면과 계단 군무다. 권 마스터는 “여주인공이 피아노 위에서 홀로 탭을 선보이는 장면에선 점프 후 바닥에 착지하며 4번의 소리를 내야 하는 ‘더블 풀백’ 기술이 들어간다”며 “원래 뒤로 이동하며 소리를 내야 하지만, 피아노 위에서는 이동이 어려워 제자리에서 기술을 소화해야 해 난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새로 추가된 계단에서의 군무 역시 배우들이 단체로 이동하며 탭을 선보여야 해 손이 많이 간다고.



42번가는 권 마스터에게 여러모로 의미 깊은 공연이다. 12년 전, 탭 댄서가 설 무대가 많지 않았던 시절 그는 오디션을 거쳐 42번가의 앙상블로 출연한 인연이 있다. 탭댄스 은사인 정성화 역시 90년대 42번가의 탭 마스터로 활약했다. “12년 전 페기 소여를 연기한 김미혜 선배가 이번 공연에선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로, 안무가였던 레지나 알그렌은 연출로 참여하고 있어요. 한 작품이 20년째 사랑받고 있다는 것도, 그 작품에 또 다른 역할로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도 제겐 뜻깊은 경험입니다.”

스무 살, ‘직업이 탭 댄서다’라고 하면 ‘그게 뭐냐’는 말이 돌아오던 시절 새 세계에 뛰어들었다. 탭을 한 지 10년 되던 해엔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가 탭댄스를 배웠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어느 이유를 꼽아 말할 수 없잖아요. 제겐 탭이 그런 존재입니다.” 울퉁불퉁한 맨발이 유난히 아름답다. 6월 23일~8월 28일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사진=송은석기자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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