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대우조선 1조 해양플랜트 인도 지연 '비상'

정성립 사장 "최악 땐 법정관리 배제 못해"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하고 있는 1조원 규모의 해양플랜트 인도가 발주사 측의 자금조달 문제로 지연돼 유동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최악의 경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고 회사 측은 유동성 확보를 위한 총력전에 들어갔다.

21일 대우조선에 따르면 당초 이달 말 인도 예정이었던 ‘소난골 드릴십’ 1·2호기가 선주사인 앙골라 국영석유회사의 자금난으로 기한 내 인도가 불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선주사 측의 선박 대금 대출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안다”며 “담당 임원을 현지로 급파해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대우조선은 드릴십 2척의 총계약대금 1조3,000억원 중 약 1조원을 선박 인도시점에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선주사와 계약을 맺었다. 1·2호기가 이달 말과 다음달에 인도되면 각각 5,000억원의 현금이 들어올 예정이었다.

대우조선은 유동성 부족에 대비하기 위한 비상관리 체제에 들어갔다.

당장 오는 9월 만기가 돌아오는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상환이 관건이다. 최근 정성립 사장은 임직원에게 “9월 대규모 회사채 만기를 못 막으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해양플랜트 인도 실패에 대비해 비상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컨틴전시플랜’을 세우고 유동성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산매각 등 자구안을 조기에 실행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한편 올해 인도 예정인 나머지 해양플랜트 및 선박 대금도 최대한 조기 집행될 수 있도록 선주사들과 협의를 벌이고 있다.

대우조선이 소난골 외에 올해 추가로 인도할 예정인 해양플랜트는 5기, 총 50억달러에 이른다.


소난골 드릴십 1·2호기는 대우조선의 ‘자금 보릿고개’를 해결할 중요한 플랜트 사업이었다. 중간에 받은 돈도 없어 최악의 경우 1조원 이상이 공중으로 날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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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라는 마지막 방법을 들고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정 사장의 말대로 당장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은 높지 않을 수 있다. 채권단이 자구노력을 전제로 자금 지원을 약속한 만큼 인도가 연기된 경우에도 이를 막을 유동성 지원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자금 스케줄에 문제가 생긴 만큼 하반기 전체적으로 유동성 수급이 곤란해질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회사 측은 우선 자구안에 포함된 보유자산 처분시기를 최대한 앞당길 계획이다. 대우조선은 서울 남대문로 본사 사옥과 당산동 사옥 매각을 8월 중 완료해 총 2,200억~2,3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방침이다.

최근 수주한 선박의 선수금 확보도 서두르고 있다. 대우조선은 이달 초 그리스 선주사들로부터 5억8,000만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2척과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2척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이밖에 2014년 수주한 한 해양플랜트의 투자승인이 최근 이뤄지면서 약 2,000억원의 선수금이 조만간 입금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올해 인도 예정인 굵직한 해양플랜트들도 차질 없이 마무리해 잔금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올해 총 7기 60억달러의 해양플랜트 인도를 앞두고 있다. 이달 말 인도 예정인 11억달러 규모의 고정식 원유생산설비는 선주사와의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 설비는 그동안 공정 진행에 따라 건조 대금을 순차적으로 받았기 때문에 잔금 규모는 크지 않다. 다음달에는 5억5,000만달러 규모의 드릴십 인도가 예정돼 있으며 2,000억원의 잔금이 들어올 예정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가급적이면 잔금을 앞당겨 받을 수 있도록 선주사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백방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는 있지만 소난골 프로젝트의 인도 시기가 계속 지연될 경우 유동성 위기는 불가피하다. 9월 만기 도래 예정인 회사채의 경우 차환발행 가능성이 희박해 상환 외에는 답이 없다.

무엇보다 임직원들의 인건비 지급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대우조선은 최근 유동성 위기로 근로자들에게 상여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할 뻔할 만큼 현금사정이 여의치 않다.

최악의 경우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야 하지만 노조 파업 문제로 이 또한 쉽지 않다. 지난해 산은이 지원을 약속한 4조2,000억원 중 유상증자 4,000억원을 포함해 3조2,000억원의 자금을 집행했으며 현재 1조원의 지원 한도가 남은 상황이다. 그러나 대우조선 노조는 14일 구조조정에 반발해 실시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파업을 가결했다. 이에 산은 등 채권단은 대우조선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노조에서 구조조정 협조 약속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 이상 산은이 현시점에서 추가 유동성 지원을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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