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정운호 게이트로 본 '검은 커넥션']전관·학연·브로커 뒤엉킨 '막장 드라마'…돈에 굴복한 디케



정운호(51·구속)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를 둘러싼 ‘검은 커넥션’의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 전관예우를 앞세워 해결사 노릇을 한 전직 검사장과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를 비롯해 이들을 배경으로 활개친 이동찬·이민희·한영철 등 브로커까지 검찰에 차례로 붙잡혔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정운호 게이트’의 민낯은 전관예우·학연·브로커 등이 얽히고설킨 ‘막장 드라마’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원정도박 변호인 폭행사건 불씨


재판장도 연루, 법조비리로 번져



◇최유정-이동찬, 정의 여신의 몰락=정운호 게이트의 발단은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남아 원정 도박 혐의로 구속된 정 전 대표의 항소심을 맡았던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가 당시 “구치소 접견 중 폭행을 당했다”며 고소하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겉보기에는 단순 폭행사건이었으나 속은 달랐다. 최 변호사가 정 전 대표로부터 보석 등을 조건으로 수임료로 50억원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브로커 이동찬(44)씨가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전관예우를 앞세운 구명 로비 의혹으로 번졌다. 게다가 최 변호사가 이씨를 통해 1,300억원대 투자 사기로 복역 중인 송창수(40) 이숨투자자문 전 대표로부터 50억원을 받고 대학 동기인 재판장에게 전화를 걸어 선처를 부탁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되면서 의혹은 ‘법조 비리’로 확대됐다. 결국 최 변호사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구속기소 됐다. 눈을 가린 채 정의를 심판했던 정의의 여신 ‘디케’의 몰락이었다. 브로커 이씨도 잠적 두 달 만인 21일 검찰에 구속됐다.

고교 선후배 브로커 이민희 연결

홍만표 ‘보이지 않는 손’ 의혹




◇홍만표-이민희, 학연이 악연으로=최 변호사 등이 구속됐으나 수사는 끝이 아니었다. 정 전 대표가 해외원정 도박 혐의에 대해 경찰에서 불기소 의견을 받아 송치된 데 이어 검찰에서도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이 커졌다. 게다가 검찰이 지난해 10월 유력한 단서를 확보해 그를 구속기소 하기는 했지만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으로 처벌하지 않았다. 특히 징역 1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로 감형되자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뒷배로 꼽힌 인물은 검사장 출신의 홍만표(57) 변호사. 그는 정 전 대표가 2014∼2015년 해외 상습도박 혐의로 검·경 수사를 받을 시기에 변론을 맡았다. 홍 변호사와 정 전 대표를 연결해준 이는 브로커 이민희(56)씨로 홍 변호사와는 고교 선후배 사이였다. 검찰 수사 결과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홍 변호사는 수사 관계자 청탁 대가와 네이처리퍼블릭 지하철 내 매장 입점 로비 등으로 각각 3억원과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2011년 변호사 개업 후 각종 사건 수임 내역을 누락·축소하는 수법으로 10억원대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민희씨도 네이처리퍼블릭 지하철 내 매장 입점 과정에 대한 서울시 감사를 무마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정 전 대표로부터 9억원을 받는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한때 좋은 인연으로 여겨졌던 ‘학연’이 ‘악연’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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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軍·롯데에 전방위 로비

정운호 돈·인맥 동원 사업 확장



◇정운호-한영철, 軍과 롯데로 이어진 검은 거래=돈과 인맥을 동원해 자신을 향한 수사와 처벌을 무마하려 한 정 전 대표의 일 처리 스타일은 평소 그의 사업 방식과 비슷하다. 노점으로 시작해 더페이스샵·네이처리퍼블릭을 잇따라 성공할 정도로 입지전적 인물인 그는 주요 유통경로를 확장할 때마다 브로커를 통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정 전 대표의 사업 로비를 도왔던 브로커가 바로 한영철(58)씨다. 한씨는 정 대표로부터 5,000만원을 받고 군 관계자에게 “네이처리퍼블릭을 군 PX에 납품하게 해달라”고 로비했다가 지난달 구속됐다. 한씨는 군사 분야 브로커로 그와 정 전 대표의 검은 커넥션을 밝힌 곳은 법조 로비 의혹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아닌 방위사업수사부였다. 법조비리와 방산비리라는 두 갈래의 검찰 수사가 정 전 대표라는 한 인물에서 비롯된 셈이다. 이를 계기로 정운호 게이트는 전방위 로비 사건으로 확대됐고 불똥은 롯데면세점으로 튀었다. 정 대표의 부탁을 받고 “신영자 롯데 장학재단 이사장에게 네이처리퍼블릭 신규 입점과 좋은 위치의 매장을 얻을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한씨의 진술에 따라 서울중앙지검·방수부는 지난 3일 수사관 100여명을 투입해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사업부와 신 이사장의 집과 그의 장남 회사 등 6~7곳을 압수 수색했다. /안현덕·김흥록기자 always@sedaily.com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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