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영아(0∼2세) 부모와 어린이집·야당 등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맞춤형 보육제도 시행을 위해 올해 홍보비로만 현재까지 12억4,000만원을 쏟아부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보육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한 표준보육비용 연구용역은 비용이 맞춤형 보육 홍보비의 6분의1 수준(2억원)임에도 불구하고 예산상의 이유로 3∼4년 단위로 수행하고 있다.
22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보건복지위원)으로부터 입수한 ‘맞춤형 보육 시행을 위한 홍보 내역’을 살펴보면 복지부는 영상 제작 및 TV 송출 6억8,400만원, 안내책자 등 홍보물품 제작 1억7,100만원, 지면광고 1억4,700만원 등 모두 12억4,000만원을 맞춤형 보육 홍보를 위해 사용했다. 명세서에는 카드뉴스, 웹툰, KTX·지하철·버스 송출, 인터넷, 옥외광고, 온라인 및 모바일 배너, SMS 발송 등의 집행금액이 기록돼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확한 홍보 금액 확인은 어려운데 한 홍보 대행사와 16억6,000만원에 계약을 맺었고 대부분 집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맞춤형 보육 홍보에는 이처럼 예산을 거리낌 없이 투입하는 복지부이지만 보육료 책정 및 기획재정부 예산 신청의 근거가 되는 표준보육비용 산출에는 지나치게 인색한 모습이다.
복지부는 박근혜 대통령 공약인 ‘표준보육비용 법제화’도 이행할 의지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표준보육비용은 3∼4년 정도마다 연구용역을 통해 계측하고 있다”며 “비용도 2억원이 들고 연구기간도 6∼8개월 소요돼 내년 사업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한 비용을 쥐어짜고 있는 것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어린이집에 지급하는 보육료에 지난 3년간의 물가상승분을 반영해달라는 업계의 요구에 대해서는 갑의 위치에서 ‘으름장’마저 놓고 있다. 2013년 표준보육비용(83만500원)에 지난 3년간의 물가상승분, 최저 임금인상치 등을 반영하면 100만원 정도는 돼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누가 100만원을 얘기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보육료 100만원, 양육수당 50만원을 놓고 국민들이 보는 데서 토론을 벌이면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양육수당을 높이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안 맡기는 부모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을 토대로 양육수당 인상 카드는 곧 어린이집의 아킬레스건이라는 게 복지부의 현실 인식이다.
남 의원은 “정부가 맞춤형 보육 때문에 예산을 증액했다고 하는데 이는 지난 4년간 동결된 뒤 2015년 3% 인상된 보육료 지원액을 정부가 정한 표준보육비용에 맞게 현실화한 것”이라며 “그동안 자신들이 정한 표준보육비용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보육료로 지원해놓고 이번에 맞춤형 보육 때문에 예산을 증액했다고 하는 것은 본질 호도”라고 말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