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최수현 전 금감원장, "금융업계 위기 타파위해 해외진출 강화해야"

"대형업체 해외로 나가고 중소업체 빈자리 메워야"





“국내 금융업계는 한국여자 프로골퍼들에게 배워야 합니다. 세계시장에 나서 도전해야 위기를 이겨낼 수 있습니다.”


최수현(사진·전 금융감독원장) 국민대 석좌교수는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반도선진화재단 주최로 열린 ‘한국 금융의 시대정신’ 강연에서 국내 금융업계가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개혁’을 외치지만 우리나라 금융시장 성숙도는 아프리카 우간다(81위)보다도 낮은 87위”라며 “국내 금융업계는 그 동안 양적·질적으로 모두 성장하지 못 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국내 금융업계의 해외점포 자산비중을 살펴보면 은행이 4.5%, 증권이 0.9%, 생명보험사가 0.4%에 불과하다. 반면 글로벌 금융업체인 HSBC는 해외점포 자산비중이 50%, 프랑스 BNP파리바는 48%에 달한다. 국내 17개 은행의 당기순이익을 살펴봐도 지난 2011년 11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3조5,000억원으로 급감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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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는 이 같은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내 금융업체들이 해외진출을 과감히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지난 1999년 국내 여자프로골프투어(KLPGA)는 13개에 불과했지만 올 시즌에는 33개까지 늘었다”며 “국내 여자프로골프대회가 이처럼 확산된 데는 박세리·신지애·박인비 같은 선수들이 세계무대에 도전하며 성공신화를 썼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최고 기량의 선수들이 큰 물에서 놀면서 국내 무대를 후배들에게 양보했고 우수한 후배들이 그 자리를 채우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며 여자골프가 발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국내 금융업계도 이처럼 여자골프의 발전 양상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금융업계 역시 대형업체가 해외로 진출하고 중소형업체가 그 자리를 메우는 형태가 되면 여자골프처럼 발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내 금융업계의 시대적 과제로 신뢰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총자산 대비 가계자산의 구성요소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비금융자산이 63%, 금융자산이 37%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비금융자산이 30%, 금융자산이 70%에 달한다”며 “국내 금융업계의 신뢰성을 높여 자산증식과 사회적 금융, 양질의 일자리 제공 등 공공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저축은행 사태에서 보듯이 돈을 맡긴 사람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떼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금융자산의 축적이 어렵다”며 “금융회사들이 금융의 기본은 리스크와 신용관리라는 점을 새겨 금융소비자들로부터 신뢰성을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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