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브렉시트 쇼크]지리·역사·정치적으로 유럽과 달라...'예고된 운명'

英 탈퇴 택한 이유는

외세 침공 많이 안받은 섬나라로

유럽공동체 필요성 강하게 못느껴

세계 최강 대영제국 역사도 한몫

영국이 43년간 이어져온 유럽연합(EU)과의 ‘미지근한’ 동거 관계에 종지부를 찍기로 결정한 가운데 지리적으로나 역사·정치적으로 유럽 대륙과는 애초부터 다른 길을 걸어온 영국의 EU 탈퇴 결정은 예고된 운명이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교역뿐 아니라 안보나 정치적 이유에서 EU 결성에 적극적이었던 대륙 국가들과는 달리 1,000년 이상 외세의 침공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섬나라이자 정치적 소요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영국은 애초부터 유럽 공동체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영국이 EU의 전신인 유럽석탄철강공동체가 설립된(1951년) 지 20여년 만인 1973년이 돼서야 EU에 가입했다는 사실은 영국이 애초부터 다른 유럽 국가들과 거리를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주영 스페인 대사를 역임했던 카를레스 카사이우아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EU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에는 전쟁이 아닌 평화를, 스페인과 포르투갈에는 민주주의를, 동유럽 국가들에는 러시아로부터의 안보를 의미했다”고 말했다. 반면 유럽 대륙과 격리돼 있던 영국은 EU 가입에 교역의 편의 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 WSJ의 지적이다. 영국이 외국의 침략을 받은 것은 1066년 노르만 침공이 마지막이다. 또 대혁명과 파시즘, 공산주의의 물결에 휩쓸렸던 다른 국가들과 달리 영국은 마그나카르타(대헌장)가 제정된 1215년부터 민주국가의 길을 걸으며 국내 정치적으로도 상대적인 안정을 누려왔다.


때문에 영국 내에서는 오히려 유럽 대륙이 영국의 여러 문제들을 초래했다는 인식이 강했다고 WSJ는 지적했다. 영국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고(故) 마거릿 대처 영국 수상은 “내 생애에 모든 문제는 유럽 대륙에서 비롯됐으며 모든 문제 해결은 세계의 영어권 국가들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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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세계 최강을 자랑했던 대영제국의 역사도 영국과 EU의 사이를 갈라놓은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군사력으로나 경제력으로나 다른 유럽 국가들을 압도했던 영국의 ‘오만’이 스스로를 EU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국제정치 전문가인 제임스 엘리슨 퀸메리대 교수는 “영국은 단 한 번도 유럽인임을 편하게 느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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