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으로 24일 금융시장이 초토화되고 글로벌 경제에 후폭풍 우려가 증폭되면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주요국들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결정에 따른 극도의 불안심리가 초래할 위기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저마다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을 가동하고 시장을 진정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혼란의 진앙지가 된 영국중앙은행(BOE)의 마크 카니 총재는 이날 브렉시트에 따른 금융시장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BOE가 2,500억파운드(약 405조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을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브렉시트가 최종 결정된 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금융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기존 경로로 2,500억파운드를 공급할 준비가 돼 있으며 필요하면 외환 유동성도 풀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장에서 브렉시트의 직격탄을 맞은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들도 시장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유동성 공급을 약속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장중 엔·달러 환율 100엔이 붕괴되는 등 시장이 극심한 혼란에 빠지자 “국내외 기관과의 긴밀한 연대하에 영국 국민투표 결과가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할 것”이라며 “주요국들과의 스와프 협정을 활용하면서 유동성 공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도 긴급 기자회견에서 가파른 엔고현상을 경계하며 “필요할 때는 확실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중앙은행도 이날 긴급 유동성 공급 의지를 밝혔다. 비유로권인 스위스중앙은행(SNB)은 통화가치 방어를 위한 시장개입을 단행했다.
미국·영국·일본을 비롯한 주요7개국(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은 이날 저녁 전화회의를 연 뒤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환율의 과도한 변동과 무질서한 움직임이 경제와 금융 안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을 공유한다면서 “시장 기능 회복을 돕기 위해 유동성을 풀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시장과 거시경제에 메가톤급 악재가 발생함에 따라 주요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을 만지작거릴 공산도 커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금융시장에서는 BOE가 조만간 임시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행 0.5%에서 제로금리로 인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ING은행 애널리스트들은 “오는 7월 정책회의에서 BOE가 대출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50% 이상”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의 관심은 특히 다음달 열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쏠려 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을 비롯한 FOMC 위원들이 브렉시트의 경제적 여파에 대해 거듭 우려를 표명한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은 연내 두 차례로 예상됐던 미국의 금리 인상이 한 차례로 줄어들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11월 미국 대선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어 연준이 올해 한 차례라도 금리를 올릴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등은 전했다.
엔화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BOJ도 강한 추가 금융완화 압력에 시달리게 됐다. BOJ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를 의식해 이달 금융정책을 동결한 만큼 다음달 28~29일 정례회의에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BOJ가 정례회의 전에라도 임시회의를 소집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시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신경립·손철기자 kls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