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브렉시트 후폭풍]英 보수당, 1848년 악몽 재현하나

브렉시트 찬반 진영으로 갈려 수습 만만치 않아

1848년 곡물법 파동 때 처럼 양분...실각 가능성까지

캐머런 총리는 "퇴임"...후임에 존슨 전 시장, 고브 전 법무 거론

노동당도 '아웃사이더' 코빈 당수 비난 커지며 내홍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사진=블룸버그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사진=블룸버그


수백 년 동안 영국 정치를 이끌어온 보수·노동당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어렵사리 단독 내각 구성에 성공했던 집권 보수당은 불과 1년 만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로 분열하면서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을 이끌어야 할 차기 총리 인선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보수당의 분열은 곡물법 파동으로 분열됐던 지난 1848년 당시로 회귀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제1야당인 노동당 역시 ‘아웃사이더’ 제러미 코빈 당수에 대한 당내 불만이 고조되면서 내홍에 휩싸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가 결정된 24일(현지시간) “나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나라를 이끌 선장으로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차기 총리 인선 후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브렉시트가 가결되면 캐머런 총리의 정치적 생명은 끝이라던 예상 그대로였다. 현재 후임 총리로는 EU 탈퇴 진영을 이끌었던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과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문제는 누가 총리가 되든 분열된 보수당을 봉합하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런던정경대(LSE)의 보고서에 따르면 보수당 의원 중 브렉시트 찬성·반대 지지자는 각각 130명, 163명으로 양분된 상태다. 이는 곡물법 파동으로 당이 쪼개진 1848년을 연상케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지주들과 산업자본가들의 이해가 맞물렸던 ‘밀 수입 제한 조항’을 두고 보수당의 전신인 토리당은 보호무역과 자유무역 지지층으로 양분됐다. 결국 곡물법 폐지안이 통과되자 이를 이끌었던 로버트 필 총리는 사임했고 그를 따르던 의원들은 대거 탈당해 자유당을 결성했으며 지주의 이익을 대변했던 의원들은 보수당에 남았다. 그 결과는 20년 동안의 실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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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야당인 노동당도 브렉시트 후폭풍에 휘청거리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마거릿 호지 등 노동당 의원 2명은 “코빈 당수가 브렉시트 반대 유세에 너무 늦게 나왔다”며 코빈 당수에 대한 대표 불신임안을 제기했다. 또 힐러리 벤 예비내각 외무장관이 “당 내부에서 코빈 당수에 대해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다면 내가 사임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는 데일리 옵서버의 보도도 나왔다. 노동당 대변인에 따르면 코빈 당수는 “신임을 잃었다”며 벤 장관을 전격 해임했다.

데일리메일은 ‘아웃사이더’ 코빈 당수가 노동당 내에서도 급진적 노선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 갈등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코빈 당수는 철도 재국유화 등 급진적인 정책을 주장해 취임 당시에도 당내 불만에 예비내각을 꾸리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트리스트럼 헌트 전 예비내각 교육장관은 “코르비즘(코빈 당수의 이념) 실험은 끝났다”며 “노동당 의원들이 지지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있다면 당수 문제에 대해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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