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관 혹은 스크린에서 만나는 배우 유승호(22·사진)는 언제나 의젓하고 어른스럽게만 보여서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다음달 6일 개봉하는 영화 ‘봉이 김선달’에서도 마찬가지다. ‘젊고 섹시한 사기꾼’을 목표로 연기했다는 유승호의 말처럼 극 중 김선달은 능수능란한 거짓말과 배짱 두둑한 태도가 어우러져 어른스러운 매력이 넘친다. 하지만 지난 2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승호는 스크린 속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김선달을 연기하며 여장부터 스님까지 다채로운 분장을 할 수 있어 너무 재밌었다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나 “극 중에서 거짓말을 참 능청스럽게 잘한다. 실제로도 그러느냐”는 질문에 어쩔 줄을 모르며 당황하던 얼굴에서는 소년 같은 풋풋함이 발견됐다. ‘봉이 김선달’을 관객들이 좋아해주시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하고 주역으로 영화를 끌고 나가야 하는 무게감을 토로하는 모습에서는 딱 또래 청년이 가질 법한 불안이 읽히기도 했다. “‘조선마술사’ 흥행이 생각보다 잘 안 돼서 속이 많이 상했어요. ‘나도 정말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왜 나만 안 될까.’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불안감에 시달리기도 했죠. 사실 지금도 ‘봉이 김선달’이 혹시 흥행하지 못할까 무섭고 그래요. 제가 잘 안 풀리는 것에 영향을 많이 받는 타입이거든요.”
물론 그럼에도 7세에 데뷔, 16년 차 배우의 프로의식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마음을 다잡아야죠. 그럴수록 좀 더 분발해서 잘해야지 결심하고 만약 나쁜 결과가 나오더라도 우리는 최선을 다했기에 얻는 것은 많으리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거죠.”
개봉을 앞두고 걱정 많은 배우지만 촬영현장은 그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할 수 있을 만큼 즐거웠다고 한다. 배우 유승호의 남다른 모습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여인을 유혹한다거나 이상한 분장을 하는 장면도 많이 나오는데 솔직히 예전 같으면 창피하고 쑥스러워서 못했을 거예요. 근데 이번에는 스스로도 ‘나 되게 뻔뻔해졌구나’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되더라고요. 말로 웃기는 건 자신 없으니 차라리 얼굴로 웃겨보자 싶어 분장도 더 심하게 하려고 했고…. 정말 즐거웠어요.”
무엇보다 밝고 생기 넘치는 유승호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반갑다. “그동안 해왔던 캐릭터들이 무거운 운명에 짓눌린다거나 심각하게 우울한 역할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죠. 나이에 걸맞은 밝은 모습을 좀 더 보여드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항상 웃고 장난치고. 우리가 현장에서 즐거웠던 만큼만 웃고 가신다고 해도 성공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