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브렉시트후폭풍]환율 공포에 떠는 기업들…브렉시트에 수천억대 환차손 입을 수도

환율로 호실적 이어가던 전자·정유 등 强달러에 찬물

충격 줄이려 원자재 현지통화 직결제 등 총동원 나서

車·조선 등은 호재지만 경기침체 우려에 긴장감 높아



지난 24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Brexit)’ 투표를 지켜보던 국내 대형 정유사의 한 관계자는 “환율에서 얻어터지고 유가로 또 터지게 생겼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결정으로 전 세계 투자자들이 달러·엔 같은 안전자산으로 몰려가고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환율과 유가로부터 2중 타격을 받는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정유 업계에서 하반기부터 곡소리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달러화 가치가 가파르게 뛰면서 한국 기업들은 최대 수천억원에 이를 ‘브렉시트발(發)’ 환차손 공포에 떨고 있다. 환율 상승이 호재로 작용하는 몇몇 업종 역시 브렉시트가 주요 시장의 수요를 더욱 침체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바짝 긴장한 상태다.


기업들은 당장 이번주 초반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어떻게 될지에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역외선물환시장(NDF)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다소 안정을 찾았지만 시장의 변동성이 워낙 큰데다 당분간은 상향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신흥시장 판매 비중이 높은 전자산업은 이 같은 달러화 강세를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가전 기업들은 원자재를 달러로 구매하고 완제품을 현지 통화로 판매한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 주요 기업들은 앉아서 분기당 수천억원씩 환차손을 본다. LG전자는 지난해 1·4분기 유럽·신흥국 통화 약세로 3,000억원에 가까운 환차손을 기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환율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자재의 현지통화 직결제, 생산기지 현지화 같은 다양한 방안을 동원하고 있다”며 “환율 충격이 실적에 미칠 영향은 복합적”이라고 설명했다.

브렉시트로 인한 국제유가 급락까지 겹친 정유·화학 업계의 고민은 더욱 깊다. 정유사들은 상반기까지만 해도 정제마진으로 대규모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브렉시트가 이 같은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보고 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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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 업계는 대규모 원유를 미리 사두고 몇 개월 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결제 시점의 환율 상승분이 고스란히 환차손으로 돌아온다. 여기다 유가가 급락하면 쌓아놓은 원유의 판매가치가 떨어져 실적에 거액의 재고평가 손실도 반영해야 한다. 정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유가 상승을 기대하고 재고를 늘려오던 터라 갑작스러운 브렉시트로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환율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항공 업계도 큰 손실이 우려된다. 원화로 환산하는 항공유·항공기 구매비용이 늘어날 뿐 아니라 해외여행을 가려는 사람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철강업종 역시 해외에서 들여오는 철광석·석탄 같은 원자재 수입비용이 늘기는 마찬가지다.

자동차·조선·해운 같은 일부 산업은 달러화가 강세를 띨 경우 해외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올라가고 실적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번 브렉시트 사태가 전 세계 경기를 더욱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도 결코 웃지 못하는 처지다. 가뜩이나 침체기에 빠진 유럽·신흥국이 통화 약세로 경기가 더 나빠지면 매출에 직격타를 입게 된다.

특히 하반기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던 조선·해운업체들은 유가가 또다시 하락하면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목 잡힐 가능성이 커졌다. 해운업은 물동량이 줄고 조선업은 신규 선박·플랜트 발주가 말라붙게 되는 것이다.

국내 산업계는 브렉시트로 인한 환율·유가의 움직임이 단기간에 안정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국내 한 대기업 관계자는 “현재 환율·유가가 브렉시트 충격을 미리 반영한 가치인지가 관건”이라며 “유럽판 금융위기의 전조라는 말도 나오지만 아직 영국의 EU 탈퇴 유예기간이 2년이나 남은 만큼 지금으로서는 시장이 정상으로 돌아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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