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송주희 기자의 About Stage]공연장의 훼방꾼 스마트워치

박수칠때마다 불편한 불빛

스피커폰으로 통화 중계 등

공연 흐름 끊는 사례 빈번

민원 늘자 전원끄기 안내



#남모(33·여)씨는 최근 뮤지컬을 보러 공연장을 찾았다가 ‘반딧불 관크’로 불편을 겪었다. 공연 관람 방해 행위를 뜻하는 공연계 은어 ‘관크’(관객 크리티컬의 줄임말로, 크리티컬은 온라인 게임에서 상대에게 결정적인 피해를 줄 때 쓰는 용어다) 중 반딧불은 어두운 공연장에서 집중을 방해하는 불필요한 휴대폰 불빛을 가리킨다. 그런데 민폐 불빛의 근원지는 스마트폰이 아닌, 옆에 앉은 사람의 손목이었다. 남 씨는 “그 분이 공연 도중 박수 칠 때마다 스마트워치 화면에 형광 조명이 켜지더라”며 “흔들리는 손목을 따라 실제로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것 같은 순간이 수차례 반복됐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웨어러블 기기인 ‘스마트워치’가 공연장의 방해꾼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서툰 조작이 만든 순간적인 실수가 대부분이지만, 공연이나 관람 흐름을 끊을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스마트워치로 인한 대표적인 관크는 역시 불빛이다. 전화나 문자가 올 때 화면에 불이 켜지는 것은 기본이다. 팔을 들어 올릴 때마다 화면이 밝아지도록 설정된 경우 공연 내내 ‘자체 발광의 주인공’이 된다. 사용 미숙으로 소음을 만들어 내는 일도 있다. 한 공연에서는 걸려온 전화를 스마트워치로 받던 관객이 실수로 스피커폰을 눌러 통화 상대방의 음성을 주변 사람에게 중계했다. 당황한 채 통화 음량과 전화 끊기 버튼을 눌러대던 이 사람은 휴식 시간 뒤 이어진 2막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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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 사항 접수가 늘어나면서 공연장도 스마트워치 관리 안내를 강화하고 있다. LG아트센터는 지난 5월 연극 ‘민중의 적’ 공연 전 주의 사항을 전달하며 ‘휴대폰이나 스마트워치를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관객은 민중의 적을 보러 온 모든 관객에게 공공의 적이 될 수도 있다’는 당부를 덧붙였다. 이선옥 LG아트센터 하우스매니저는 “앞서 공연장을 찾은 한 관객이 스마트워치로 인한 관람 방해 민원을 홈페이지에 남기며 ‘가능하시면 전화기와 함께 스마트워치도 공연 중 사용 불가함을 공지해 주었으면 한다’고 건의했다”며 “관련 문제 제기가 늘어나며 최근 공연 안내에서는 스마트워치에 대한 멘트를 함께 넣고 있다”고 전했다.

공연장 내 ‘전자기기 전원 끄기’는 어디까지나 당부 사항일 뿐 강제할 수는 없다. 관객 개개인의 자율적인 동참이 필수인 셈이다. 첨단 기술에 버금가는 스마트한 관람 매너가 필요한 때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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