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수출 경쟁국인 중국은 걸프협력회의(GCC) 국가와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목표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월 중동 3개국 순방 기간 중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위치한 GCC 사무국 방문을 계기로 중국과 GCC 간 FTA 협상 재추진에 합의한 바 있다. GCC 상공회의소 사무총장은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 발맞춰 원료와 상품을 수출할 수 있는 시장과 소비자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막대한 자본을 지닌 GCC 국가들이 그 필요성에 부합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중국과 GCC 국가 간 FTA 협상은 5월10일 중국 광저우에서 7차까지 마쳤으나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협상이 중단되기도 했다. 광저우에서 3일 동안 진행된 이번 협상에서는 무역, 투자, 서비스, 경제 기술 협력, 화물 무역 유보 문제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해 중국 상무부에서는 연내 협상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과 GCC 간 FTA 협상에 우리 수출 기업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GCC 역내 시장에서 한국 상품과 중국 상품이 서로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GCC의 총수입액은 약 4,949억달러로 주요 수입국은 중국·미국·인도·독일 등이다. 특히 중국은 전체 역내 수입의 14.7%를 점유해 GCC 제1위 수출국으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GCC 수입 시장 점유율은 3.7%로 GCC의 7대 수입국이다.
트레이드맵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GCC 시장에서 우리나라와 중국의 수출 경합도는 0.34이며 일본과의 수출 경합도인 0.53과 비교했을 때 경쟁 정도는 다소 낮은 편이다. 이는 중국이 저렴한 경공업 제품을 중심으로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제품이 해외 시장에서 더 이상 가격 경쟁력만 내세우지 않고 뛰어난 품질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한중 수출 경합도 수치를 볼 때 무선전화기가 역내 시장에서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뒤를 이어 공기조절기, 자동차 타이어 순으로 경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GCC 간 FTA 체결 시 수출 상품 영향력에 대한 두바이무역관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의 대중동 주력 수출 상품인 휴대폰, 소비재 가전, 철강 제품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산 휴대폰의 경우 가격이 저렴하지만 품질이 좋아 FTA 체결로 5%의 관세가 철폐된다면 무관세로 얻게 되는 이익을 홍보 비용으로 사용해 브랜드 인지도를 더욱 높여갈 것이라고 한다. 액정표시장치(LCD) TV, 모니터 등 가전제품의 경우도 하이얼이나 하이센스가 소형·저가형 모델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중국산 제품의 영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은 FTA 협상이 재개됨에 따라 다시금 중국산 철강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GCC 역내 시장에서 중국 제품과 차별화된 섬유, 자동차 배터리, 건설기계 등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제품은 FTA 발효로 중국산의 가격이 더 낮아진다고 해도 시장 내에서 차별화된 지위를 선점하고 있어 경쟁이 덜할 것으로 보인다.
오일·가스 중심의 산업이 발달해 있는 GCC 국가들은 제조업 기반이 미비해 수입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중국과 FTA를 체결한다면 중국산 제품의 GCC 역내 시장 지배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저유가 지속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수출 기업은 GCC와 중국 간 FTA 협상 타결로 수출 환경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협상 중인 GCC·한국 간 FTA 체결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더욱 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