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브렉시트 이후]뚝...뚝...파운드, 기축통화 지위마저 흔들

헤지펀드 '약세'에 공격적 베팅

브렉시트 발표이후 14% 추락

28일 도쿄증시서는 1.02% 상승 반전

英 10년물 국채금리 1% 붕괴





영국 파운드화가 국제투기세력의 먹잇감으로 전락하면서 나흘째 폭락하고 있다. 영국이 유럽과 분리된 갈라파고스 신세로 전락할 경우 기축통화로 인정받던 파운드화의 지위가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27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파운드화 가치는 1.3176달러로 전날보다 3.38% 급락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투표 결과가 발표된 지난 24일 장중에 기록한 31년 만의 최저치인 1.3229달러를 불과 사흘 만에 뚫고 내려온 것이다. 브렉시트 발표 이후 파운드화 가치는 14% 추락했다.


브렉시트발 불확실성에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잇따른 영국 국가신용등급 하향이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파운드 투매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브렉시트 결과 발표 때까지 관망하던 헤지펀드들이 파운드화 약세에 공격적으로(aggressively) 베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외로 유출되지 않고 영국 내에 남은 시중자금도 도피처를 찾아 국채로 대거 몰리고 있다. 영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0.08%포인트 하락한 0.993%를 기록해 사상 처음 1% 밑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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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와 중앙은행도 파운드화 가치와 금리 하락에 일조했다.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은 “무슨 일이 일어나든 대처할 수단이 있다”며 마크 카니 영국중앙은행 총재와 논의한 비상계획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앞서 카니 총재는 24일 “2,500억파운드(약 405조원)를 공급할 준비가 돼 있으며 외환 유동성도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연기하거나 심지어 인하 카드를 들고 나올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고 이는 파운드화 가치와 국채금리 하락을 부채질했다.

한 헤지펀드매니저는 FT에 “모든 트레이더들이 파운드를 팔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들은 옵션거래를 넘어 파운드화 ‘쇼트’ 포지션까지 늘리고 있다. 파운드화 가치 하락 베팅 세력이 늘어나면서 옵션가격인 ‘옵션 프리미엄’이 덩달아 상승해 기대수익률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파운드화 방어를 위한 정책수단은 마땅치 않다. 경기 후퇴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기준금리를 올리기 힘든데다 환시장에 개입할 외환보유액도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FT는 “일부 헤지펀드는 수주일 안에 파운드화 가치가 1.1달러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억만장자 투자자 윌버 로스는 이날 CNBC에 출연해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했지만 이는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브렉시트는 세상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이혼이 될 것이며 상당한 기간을 필요로 한다”면서도 “영국이 몰락하는 방향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8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파운드화 가치는 단기 급락에 따른 반발심리가 고개를 들면서 달러화에 대해 1.02% 상승 마감했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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