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김환기 54억원에 또 신기록...'환기 열풍'

지난해 10월 이후 연속 3번 기록 경신

3개월 만에 5억원 이상 가격 상승

한국미술 첫 50억원 이상 낙찰기록

미술경매 상위 1~4위 김환기 휩쓸어

김환기의 1972년작 푸른 점화 ‘무제 27-Ⅶ-72 #228’ /사진제공=K옥션김환기의 1972년작 푸른 점화 ‘무제 27-Ⅶ-72 #228’ /사진제공=K옥션


또 깼다. 김환기가 국내 미술경매 최고가 기록을 연달아 세 번이나 갈아 치웠다.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K옥션 사옥에서 진행된 ‘K옥션 2016년 여름경매’에서 김환기의 1972년작 푸른색 점화 ‘무제 27-Ⅶ-72 #228’이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액인 54억원에 낙찰됐다. 한국 현대미술품이 경매에서 50억원 이상에 거래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김환기는 연거푸 세 번 연속으로 최고가 신기록을 경신했다. 첫 번째는 지난해 10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김환기의 1971년작 푸른색 전면 점화 ‘19-Ⅶ-71 #209’가 약 47억2,100만원(3,100만홍콩달러)에 낙찰되면서 박수근의 ‘빨래터’가 8년간 거머쥐고 있던 45억2,000만원의 기록을 넘어섰다. 세로 253㎝에 가로 202㎝의 대작으로 미술관을 운영하는 아시아 컬렉터에게 낙찰됐다. 이어 6개월 만인 지난 4월 같은 경매에서 김환기의 1970년작인 222×170.5㎝ 크기의 전면 점화 ‘무제’가 약 48억6,750만원(3,300만 홍콩달러)에 팔리며 또 한 번 기록을 다시 썼다. 지난 5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무제 3-V-71 #203’이 약 45억6,000만원(3,000만 홍콩달러)에 낙찰된 것까지 포함하면 국내 미술품 경매 상위 1위부터 4위까지를 모두 김환기가 점령하게 됐다.

이른바 ‘환기 열풍’이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는 격이다. 첫 기록 경신에서 6개월 만에 1억4,650만원을 끌어올린 데 이어 채 3개월도 안 돼 낙찰가는 5억3,250만원이나 가파르게 상승했다. 산술적으로만 따져도 한 달 평균 1억7,000만원 이상 오른 셈이다. 이번 낙찰작은 세로 264㎝, 가로 208㎝로 그간 경매에서 거래된 김환기의 작품 중 가장 큰 크기의 그림이다.


앞선 두 번의 신기록이 홍콩에서 열린 서울옥션 경매를 통해 아시아 컬렉터에게 팔린 것과 달리 이번에는 국내에서 열린 경매에서 새 기록이 탄생했다. 경매번호 41번으로 출품된 이 작품은 시작가 45억원에서 5,000만원씩 호가를 올리며 20회에 가까운 치열한 경합 끝에 54억원을 외친 현장 응찰자의 품에 안겼다. 한국 미술시장의 새 역사를 알리는 낙찰봉 소리에 박수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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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년 전남 신안에서 태어난 김환기는 1964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에 정착한 뒤 이전 작업에서 보여주던 산·달·백자 등 한국적 도상을 뛰어넘어 색면과 색띠, 십자구도로 대표되는 추상화 과정을 보여줬다. 음악이 흐르는 듯한 색색의 점들이 나열되는 시기를 거쳐 마침내 1970년 김환기의 역작이라 평가 받는 절정의 추상화인 전면 점화(點畵)가 등장했다. 최근의 신기록을 세운 작품들은 모두 이들 ‘점화’ 연작이었다.

무수히 많은 점들을 균일하게 찍은 다음 일일이 테두리를 그리며 묘한 번짐효과와 리듬감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김환기가 가장 즐겨 사용했던 푸른색의 점화가 대표적이지만 작가는 노란색·빨간색 등 다채로운 색의 변주로 작품을 남겼다. 특히 이번 낙찰작은 화면을 사선으로 분할에 작품에 긴장과 생기를 주고 점들을 구성하는 푸른색이 농도를 달리해 프리뷰 전시 기간에도 ‘최고의 완성도’라는 평가를 받으며 기대를 모았다.

한편 K옥션은 이날 경매에 총 175점, 160억원어치의 작품을 출품했다. 2005년 설립된 K옥션이 지난 10여년간 진행한 경매 중 최대 규모다. 김환기와 더불어 기대를 모았던 천경자의 작품 3점 중 대표작 ‘아이누 여인’과 ‘여인’ 등 여성인물화 2점이 줄줄이 유찰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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