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속도보다 '인내'…'바이오의약' 성장 키워드

김민정 사회부 기자



지난 27일 오후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코엑스에서 열린 ‘2016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 첫째 날.

국내 최대 바이오의약품 행사라는 명성에 걸맞게 200여개 국내외 바이오의약품기업과 2,000여명에 달하는 연구진 등이 참여해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A to Z’에 관해 논했다. 행사장 분위기는 바이오의약 분야에 대한 ‘장밋빛 미래’와 부푼 성장 기대감이 주를 이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한미약품의 대규모 기술 수출은 물론 셀트리온·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의 미국·유럽 시장 진출 등에 힘입어 국내 바이오의약 산업이 ‘변방’에서 중심국으로 다가섰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는 칭찬에 어깨가 ‘으쓱’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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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바이오의약 산업이 국익 창출의 최전선에 나설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칭찬 뒤의 제언에 보다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외국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인내(endurance)’를 강조했다. 신약개발만 10년, 제품 개발 후 상용화까지 1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바이오의약 산업에서 ‘빨리빨리’를 앞세운 속도전과 ‘압축성장’이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는 경종인 셈이다.

줄리 거버딩 MSD 부사장은 “미국에서 혁신적인 바이오벤처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미국 정부가 매년 기초과학 분야에 35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꾸준하고 안정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브라이언 구 JP모건 아시아퍼시픽 대표는 “바이오시밀러(복제약) 개발에도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장기간 투자하고 지원할 수 있는 글로벌 투자사와 파트너십을 공고히 맺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들의 메시지는 뚜렷하다. ‘멀리’ 보고 ‘길게’ 투자하라는 것이다. 2020년 ‘바이오의약 7대 강국’이라는 목표는 생각만 해도 설레는 청사진이다. 하지만 그저 품어본 청운의 꿈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앞으로 ‘4년’이 아닌 40년을 내다보고 진득하게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바이오의약 산업은 돈을 넣으면 바로 튀어나오는 ‘자판기 산업’이 아니다. 구호보다 중요한 것은 인내와 꾸준한 지원이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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