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차기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40여일 앞두고 있지만 김무성 전 대표의 ‘로키(low-key)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총선 이튿날인 4월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후 지금까지 일관되게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 김 전 대표가 요즘 들어 ‘제3의 길’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28일 여야 의원모임인 ‘한국적 제3의 길’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창립 기념 초청강연에 참석한 직후 서울경제신문과 단독으로 만나 “요즘 ‘제3의 길’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또 “동반성장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한번 들어보려고 왔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한국 경제와 20대 국회가 가야 할 길-경쟁과 협력, 미래의 자본주의’를 주제로 강연했다. 정 이사장은 강연에서 “지금의 한국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초과이익공유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 정부 발주 사업의 중소기업으로의 직접 발주 제도화 등 3가지 정책을 입법화해야 한다”며 “20대 국회가 경쟁을 우선하는 자본주의에서 협력을 우선하는 동반성장형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바꿔주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가 보수나 진보도 아닌 중도적 정책을 통해 경제 문제 해법을 찾으려는 의미의 ‘제3의 길’을 직접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 전 대표는 2013년 말부터 당 대표 경선이나 당 대표가 되고 나서 국회연설을 통해 앞으로 시대적 화두는 양극화 해소가 될 것으로 전망해왔다. 특히 “정치인들이 이 같은 격차 해소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실제 김 전 대표는 19일 경남 함양에 있는 부친의 묘소를 찾아 참석자들과 “새누리당은 선거 때마다 ‘집토끼(고정 지지층)’ 생각만 하고 과거에 함몰되는 등 너무 극우적인 이념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그런 이념을 가지고는 도저히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양극화 해소 등 경제 이슈에 대해서는 현재보다 더 ‘좌클릭’해 중도정책에서 해법을 찾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당 안팎에서는 안보나 외교 현안에 대해서는 집권여당의 정책을 고수하겠지만 양극화 해소 등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과거 중국의 덩샤오핑이 강조한 것처럼 ‘흑묘백묘론(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에서 그 해답을 찾겠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진보 정책이든 보수 정책이든 경제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면 적극적인 정책화나 내년 대선을 위한 공약화에도 나서겠다는 의미다. 김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양극화 해소나 제조업·수출 중심의 산업에서 내수산업으로 전환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 등에 대해 여러 인사와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