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공무원노조의 성숙한 모습을 기대하며

이 정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무원 궁극적 사용자는 국민

높은 준법의식 요구되는 이유

해직자 문제 등 과거 털어내고

합리적 정책노조로 거듭나야





올해로 공무원노조법이 시행된 지 10년이다. 우리나라 공무원노조의 역사를 보면 정치·헌정사만큼이나 순탄치 못했다. 공무원노조는 지난 2002년 공직사회의 민주화에 기여하고 부패를 청산한다는 기치 아래 결성됐다. 하지만 당시 국가공무원법 등에서 공무원에 대한 노동3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이유로 공무원노조는 불법단체로 간주돼 노조 간부들이 구속되기도 했다. 2006년 공무원노조법이 시행되면서 공무원노조는 합법화됐지만 조직의 분열과 통합과정에서 남겨진 일부 비합법단체로 인해 단체교섭은 여전히 교착 상태에 있다. 지난해 숙원사업 중 하나인 공무원연금 개혁을 원만한 합의로 이끌어낸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자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공무원은 궁극적으로 국민이 사용자이며, 정부는 국민이 위임한 대리인이라는 점에서 민간보다 더욱 강화된 ‘법과 원칙’에 맞는 합리적인 노사관계 정립 및 활동이 요구된다. 그러나 공무원노조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 공무원 노사관계가 원만하게 자리 잡았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유는 공무원노조 중 아직 비합법단체가 남아 있다는 점이다.

7년 전 통합·조직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공무원노조를 대표하는 조직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전공노는 아직도 비합법단체로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노조규약에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포함했다는 이유로 수차례에 걸쳐 노조설립신고서가 반려됐기 때문이다. 전공노는 이러한 행정처분에 반발해 법원에 취소소송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최종 패소했다. 그럼에도 전공노는 이에 굴복하지 않고 고용부의 반려처분은 설립신고제도의 입법취지와 행정관청 심사권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주장하며 합법노조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민간노조에 비해 보다 높은 법 규범 준수의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법원의 최종 판단에도 불구하고 전공노의 이러한 주장과 함께 이뤄지는 일탈행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현행 노조법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노조 가입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노동조합의 조직형태가 기업별 중심으로 돼 있는 점을 고려해 기업과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없는 실업자(해직자 포함)를 노조 가입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공무원노조법 또한 이러한 취지의 규정을 둬 조합원 자격과 교섭 대상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으며 어떠한 형태의 단체행동권도 부정하고 있다. 이유는 공무원의 경우 단순히 이윤추구를 위한 계약관계에 기초하는 민간기업과 달리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근로조건과 신분이 공무원 관계 법령에 의해 따로 규율되며 예산이 정하는 바에 따르는 소위 ‘특별권력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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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는 급속히 저성장·고령화 사회로 진행되면서 심각한 일자리 부족현상과 비정규직 증가에 따른 사회적 양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바꾸고 고비용·저효율의 노사관계를 합리적으로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사회 또한 예외일 수 없다. 공무원노조도 이제는 더 이상 해직자 문제에 집착하지 말고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수용해야 할 때다. 그러지 않고 과거의 틀에만 갇혀 있다면 자칫 집단적 이기주의로 비칠 수도 있다. 한 나라의 건강지수는 공직사회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공무원은 많은 젊은이가 최고로 선망하는 직업 중 하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공무원사회는 아직도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중심에 공무원노조가 있다.

공무원노조법 시행 10년이 지난 지금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는 점에서 책임 있고 실력 있는 정책노조로 거듭나야 한다. 나아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고 존중받는 공직사회를 만들고 국제적 수준의 공무원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공무원노조의 역할이 앞으로 더욱 기대된다.

이 정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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