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조원 규모의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가 다음달 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을 거쳐 공식 출범한다. 구조조정 실탄이 장착됨에 따라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주도로 진행될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작업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한은에 따르면 한은은 7월1일 오전 임시 금통위를 열고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 참여 방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펀드를 실제로 운영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은 30일자로 설립됐다”며 “한은이 펀드에 10조원 규모의 크레딧 라인을 만든다는 의미에서 1일 임시 금통위를 열어 캐피털 콜 방식의 10조원 지원방안을 확정한다”고 말했다.
의결 내용은 설립된 SPC에 자금수요가 발생할 경우 대출하는 ‘캐피털 콜’ 방식을 채택했다는 내용일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대출을 회수하기 위해 펀드가 매입한 산은과 수은의 코코본드를 유동화하는 방식, 기업은행에 대한 대출의 만기,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출연금액 등은 향후 관계기관이 참여한 펀드운용위원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한은은 지난 8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면서 산은·수은 등 국책은행의 자본확충펀드 청사진을 공개했다. 정부가 ‘1조원 플러스 알파’ 규모의 직접출자를 통해 산은과 수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고 간접출자 방식인 자본확충펀드를 통해 한은(10조원)과 정부(1조원)가 구조조정 자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실탄이 들어가는 ‘도관(道管)은행’ 역할은 기업은행이 맡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펀드를 실질적으로 소유·운영한다. 신용보증기금은 한은의 출연을 받아 기업은행이 펀드에 해주는 대출의 보증을 맡는다. 도관은행 역할을 맡는 기업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 하락을 막기 위해서다.
펀드 출범 당일에 굳이 임시 금통위를 개최한 것은 이주열 총재의 BIS 연차총회 참석(23~28일)과 국회 업무보고 일정(30일) 등을 감안한 결정으로 알려졌다. 국회 업무보고 절차를 통해 여전히 남아 있는 자본확충펀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는 효과도 노렸다. 실제 29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는 “자본확충펀드가 현행법 위반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지적이 나왔다.
금통위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남아 있다.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 발표 하루 뒤인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한 금통위원은 “구조조정정책과 통화정책은 각각 미시적·거시적 경제정책에 해당하므로 관련 당국과 통화 당국 각자 나름대로의 역할 수행이 무엇보다 강조돼야 한다”며 “구조조정정책은 원칙에 따라 상시적으로 수행돼야 하고 통화 당국이 이를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여지도 없기 때문에 이번 자본확충 논의와 관련해서도 통화정책 차원에서 접근할 부분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자본확충펀드에 반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원론적 차원에서의 지적”이라며 “자본확충펀드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간접 지원한다는 방향은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