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자의 눈]‘미국선 1만달러’ 한국선 ‘0원’...폭스바겐의 한국 인식

박재원 기자





최근 한 지인과의 술자리. 그는 폭스바겐 ‘골프’ 차량을 아주 싸게 샀다며 한참을 자랑했다. 함께 있던 일행들은 “얼마나 싸게 샀느냐” “역시 이럴 때 차를 사야 한다”며 부러워했다.


이런 모습 탓일까.

배출가스 조작 혐의로 관련 임원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사문서 변조 및 변조 사문서 행사,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소음·진동관리법 위반 등으로 구속된 상황에서도 폭스바겐은 ‘정공법(?)’을 구사하는 듯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시행하고 있다.

60개월 무이자 할부와 수백만원의 할인 판매까지. 이 덕분에 폭스바겐은 추락했던 판매량을 단숨에 회복했다. 검찰 수사에도 소비자들은 싸다고 너도나도 줄을 서서 제품을 사니 폭스바겐 담당자들은 “거봐, 우리 방식이 맞잖아”라며 고개를 세우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이런 자신감 때문일까. 폭스바겐은 자신들은 부인하고 싶을지 모르지만 한국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너무 심할 정도의 차별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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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미국에서는 폭스바겐그룹이 배출가스 조작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 47만5,000여명에게 최고 1만달러의 배상을 하겠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총 153억달러, 우리 돈 17조9,000억원에 달하는 배상방안에 합의한 것이다. 미국 자동차업계에서 있었던 배상금액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이 소식이 나오자 폭스바겐코리아에는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보상 계획문의가 빗발쳤다. 회사 측은 29일 “한국에서는 배출가스 기준과 해결책 등이 다르고 임의설정(조작)에 해당되지 않아 사실상 같은 보상을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내놓았다. 또한 “미국에서의 배출가스 기준이 한국·유럽과 비교하면 6배나 엄격하며 배출가스 해결책도 한국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한 간단한 해결이 가능하지만 미국은 배출가스 시스템을 전면 교체해야 해 수리가 어렵다”며 한국과 미국의 차이를 강조했다.

결국 한국 소비자들이 받을 수 있는 보상 금액은 ‘0원’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상황을 조금만 뒤집어 보면 우리 소비자들은 골탕을 먹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당장 우리나라 피해자들이나 미국 피해자들이나 자동차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고의로 맞추지 않은 불법차량을 구입한 ‘사기 피해자’라는 점에서 본질이 같다는 주장이 나온다.

물론 “국가마다 법이 다르다”는 폭스바겐의 주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폭스바겐그룹은 홈페이지에 미국 정부와 합의한 배상안을 공개하면서 “오늘 발표된 합의안은 폭스바겐의 법적 책임에 대한 시인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국가마다 법이 다르더라도 잘못을 시인할 수 있고 보상할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한국 소비자들을 정말로 ‘봉’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 얕은 할인책으로 판매를 늘리는 대신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보상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을 지금이라도 배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15년이 넘는 동안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는 BMW코리아의 모습이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가. wonderful@sedaily.com

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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